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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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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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1-15 ㅣ No.4267

11월 16일 연중 제 32주간 토요일-루가 18장 1-18절

 

"하느님께서 택하신 백성이 밤낮 부르짖는데도 올바른 판결해 주지 않으시고 오랫동안 그대로 내버려 주실 것 같으냐?"

 

 

<주님, 에헴!>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인 동시에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언젠가 한 아이의 간절한 청원기도를 듣고 다들 뒤집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너무도 단순하고 순수한 아이였기에 기도 역시 너무나 솔직했습니다. 이런 저런 청원 기도들이 대충 끝난 후  마무리 기도인 주님의 기도가 언제 시작되나 기다리고 있는데, 그 아이가 큰 목소리로 자신의 간절한 바램을 솔직하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장가, 에헴, 제발 저 장가들게 좀 해주십시오."

 

아이들은 사감수사님의 심각해진 얼굴 때문에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 웃느라고 다들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 와중에도 다들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를 빼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아이는 기도시간이 끝난 후 사감수사님에게 불려가 장시간에 걸친 정신교육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요즘 저희와 살고 있는 아이 가운데 역시 대단히 단순하고 솔직한 한 아이가 있습니다. 때로 오바도 많이 하지만 천사 같은 마음을 지닌 아이입니다. 이 아이의 특기는 청원기도입니다.

 

이 아이는 전체 아이들이 하는 7-8개의 청원기도의 절반을 도맡아서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더욱 기특한 것은 아이가 바치는 청원기도의 내용입니다. 언제나 나가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형, 아픈 동생들, 재판을 앞두고 초조해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아주 간절히 기도하곤 합니다.

 

어디서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는 언제나 기도거리들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나간 아이들이 별탈 없이 귀가하곤 합니다. 그 아이의 "기도빨"은 상당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봤을 때, 모든 기도가 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청하고 있는가?" 하고 반성해봤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럽게도 너무나 이기적인 기도를 바쳐왔습니다. 내 한 몸 고통이 없기를, 내가 행하는 사목이 무난히 돌아가도록, 만사형통하기를, 건강 잃지 않기를, 나와 연관된 사람들의 일이 잘 풀리기를 등등. 정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기도였습니다.

 

다시 한번 한 차원 높은 기도를 바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 기도는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바치셨던 기도입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간구하셨던 예수님의 기도를 바쳐야 하겠습니다. 보다 보편적이고 크며 이타적인 기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고통을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힘을 청하는 기도를 바치고 싶습니다.

 

나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니라 이웃의 선익을 위한 간절한 기도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기꺼이 들어주신다는 것을 늘 체험하며 삽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도움을 청할 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여러 천사들을 보내시어 간단하게 해결해 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가 이웃의 결핍과 고통에로 향하는 이타적인 기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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