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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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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 이야기
"필로폰을 십 회 한 사실이 있습니까? " 판사가 묻자, 수인복을 입은 스물셋 여자가 고개를 숙인 채 "네" 합니다. "내보내면 안 할 수 있겠어요?" 묻자 또 "네" 합니다.
첫번째 대답에 하늘이 노래졌지만, 두번째 "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그것은 제게도 책임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여자는 바로 제 둘째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해 마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열여섯되던 해 새어머니가 저를 한 남자에게 보냈습니다.
악몽 같은 3년여 동안 그 남자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든 어느 날 몸에 좋다며 약초를 자주 태우던 그가 형사에게 잡혀갔고, 그게 대마초라는 걸 알았지요. 당시 네 살, 두 살 된 딸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스무 살 엄마는 다짐을 했습니다.
’내 힘껏 너희를 밝고 건강하게 키울게’라고요. 그러나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두 딸을 고아원에 맡겨야 했고, 우리는 9년 동안 떨어져 살았습니다.
겨우 살 곳을 마련해 같이 살게 되었지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을 열지 않는 딸들과 크고 작은 불화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둘째는 봉사활동을 할 마큼 착하지만 사춘기를 잘 넘기지 못해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마약에까지 손을 댄 것입니다.
상처가 그리 깊은 줄 몰랐던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다시금 저는 ’엄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시 그아이들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얼마 안 있어 둘째는 판결을 받습니다.
죄값을 치르겠지만 언제라도 집에 돌아올 그아이를 큰딸과 함께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울적할 사이가 없도록 많이 대화하고, 즐거운 일도 벌여 주어 훗날 이 일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은님들, 저희 세 모녀가 밝고 힘차게 살아가도록 격려해 주십시오.
김혜진 님/서울 마포구 합정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