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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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님'이 '복음'을 전도한 후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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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5-20 ㅣ No.178

하이텔에서 퍼온글입니다.. 마땅히 올릴만한 곳이 없어 이곳에 올립니다..

믿는사람으로 한번쯤은 생각해야할 신앙의 자세가 아닐듯 싶습니다...

 

번  호 : 55725

게시자 : 임원택  (참복지)

등록일 : 1999-05-18 21:56

제  목 : [+]'스님'이 '복음'을 전도한 뒤에..

 

 우리 집안과 친척은 모두 크리스찬입니다. 종파 및 교회 소속은 약간씩

다르지만 그래도 하나이신 하느님을 믿는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안에 최초로 복음을 전도했던 사람이 공교롭게도 '스님'이라는 어

머니 말씀을 듣고,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이한 생각이 들었

습니다.

 

  제가 어머니 등에 업혀있는 아기였을 때 어머니의 시주를 받으신  스님

께서 어머니 주위에 있던 우리 삼 남매를 보더니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유교적인 전통과 불교적인  습성이 몸에 배인 어

머니께 복음을 전하시기 위한 주님의 은밀한  배려였는지 모르지만, 아무

튼 우리 남매들은 일찌감치 부모님의 허락하에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제 신앙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건빵 두개'였습니다. 언덕 위

의 예배당에서 '예수사랑 하심은'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드리고,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다보면 어느덧 예배시간이 끝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주

일학교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건빵 두개'를 쥐고 그  언덕길을 달려 내려

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습니다. 그 건빵 두개는 그후 '믿음'과 사

랑이 되어 제 삶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주일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어느덧 신

앙은 제 삶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주님을 통해,

저는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배려할 줄 아는 것이  참 사랑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재단인 살레시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은 제쳐두고 본격

적인 성경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성소(聖昭)에 대해 말하는

분도 계셨는데, 그저 주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그 분의 이끄심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전에서 구걸을  하던 어린아이를 만났습

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구걸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돈을 모아

'엄마'를 찾아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버려진 아이일지, 잃어진 아이일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아이

를 그 곳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그 날밤 그 아이가

묵을 곳을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생각난 분이 그 당시

저에게 성경을 가르쳐주시던 선교사님 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설득

하여 그 분 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마침 그 댁은 식사 중이었습니다. 식사시간을  거른 저희들도 시장기가

돌았지만 우선 문 밖에 나온 선교사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런데 그 분의 답변은 매우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복음만 전도할

뿐, 그 아이를 돌봐줄 사역은 따로 있으니 그런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그런 곳을 알아볼 때까지 아이를 하룻

밤만이라도 재워달라'고 부탁드렸지만, '그런 아이들은 도벽이 있어서 재

워주면 위험하다'며 제 청을 거절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잘못한 것이

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 갈 길이  그 분들과는 다르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믿음과 사랑이 하나되는'선교와 복지'를, 제 평생의 사

명으로 받아들인 것은 바로 그때, 그렇게 굳어진 것이었습니다.

 

  그후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아내

와 '아이에게 가정을' 주기 위한 그룹홈을 만들자며 결혼했고, 남들이 부

러워하는 국세청을 과감히 뛰쳐나온 것도 주님이 제 안에 심어놓으신  믿

음과 사랑을 지키고,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아내와의 약속, 제 마음속에 간직했던  사명은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교회를 분립하게 된 숙부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 교회에 다니면서 목사의 길을 걷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

이었습니다. 물론, 주님의 뜻이라면 그 어떠한 길이라도,  심지어 죽음의

길이라도 기꺼이 따르겠다는 것이 제 평소의 각오였지만, 과연 그 목사의

길이 제 길인지 주님께 여쭙고 싶었습니다.

 

  그 분립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던 날, 당초  참석할 수 없다고 이유를

달았던 대전 한마음요양원의 자원활동을 갈 수 없게  되면서, 할 수 없이

그 일정을 바꾸어 그 교회를 찾아갔는데, 마음은 여전히 대전으로 달려가

고 있었습니다.

 

  7층에 자리한 그 교회에 도착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근에 있는 교회

건물만 해도 열댓 군데가  넘었습니다. 주님의 뜻대로 라면  그 교회들은

하나로 뭉쳐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생긴 여유공간은 인근주민들과 버

려진 아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

습니다.

 

  예배를 드린 후, 성가대원들만 따로 남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리

에 일어서려고 할 때 숙부님께서 저에게 다가와,  초창기 교회라서 그 인

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성가대에  참여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화음도 제대로  모르는  실력이라서 정중히 사양했지

만, 숙부님께서 '너 정도면 괜찮다'하시며 강권하시는 바람에 더 이상 사

양하지 못하고 성가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가대 지휘자는, 원래 '테너'였던 저를 '베이스'파트에 배정하

였습니다. 베이스를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비록 형

편없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테너에 익숙했던 입장에서 새삼 베이스 파트를

부르며 일부러 낮은 음을 내자니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주님께서

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주장해온 목소리를  이제는 낮추라고 명하

고 계시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성가 연습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 어렸을 적에 '건빵 두 개'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서 기뻐했던 때와 달랐습니다. 과연 주님께서 제게 명

하신 길이 어떤 것일까 하는 마음에 착잡하기 그지없었으며, 지금까지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제 생각을 계속 고집

하는 것은 어리석은 교만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만약  목사의 길을

걷는다면 최소한, 저를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숙모님의 은혜는 조금이

라도 갚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걸어왔던 이 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무의미하게 끝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정말로 스님이 전도를 하셨든, 혹자의 말대로 저의 전생이 부처였든, 지

금의 제 삶은 주님이 주셨고, 천년의 사랑인  '나와 너'의 사랑도 주님 안

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주님을 위해서라면, 나의 사랑을 지켜주실  주님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저의 모든 것을 기꺼이 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언제,

어떻게 드려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디, 주님께서 저로 하여금 세속적인 일로는 부끄러움 당하지 않게 하

시고, 오직 주님의 사랑 안에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도록 인

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 드리며,  저를 사랑하는 님의 기도도 함께 부

탁드립니다. 주님이 명하시는 길이라면 죽기까지 순종하리라 다짐하면서..

하느님과 내님과 내가 하나되는 날을 두손 모아 기다리면서..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 필립비 2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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