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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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와 5톤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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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3-08 ㅣ No.4593

3월 9일 사순 제 1주일-마르코 1장 12-15절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티코와 5톤 트럭>

 

오늘 복음 가운데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는 구절에 유난히 제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복음서 안에서 "회개"와 "복음", 이 두 단어는 언제나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김장을 앞두고 누가 배추를 이천 포기나 거저 준다는데, 쫀쫀하게 티코를 몰고 가서야 되겠습니까? 적어도 5톤 트럭, 그것도 완전히 빈 트럭을 한 대 몰고 가야 남기지 않고 다 싣고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복음은 너무나 큰 새로움, 너무나 파격적인 메시지, 너무나 엄청난 소식이기에 기존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마음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티코로는 도저히 다 담아내기 불가능한 선물이 "복음"입니다.

 

우리가 크게 뉘우치지 않고서는, 크게 마음 바꿔먹지 않고서는, 크게 비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불가능한 소식이 주님의 기쁜 소식, "복음"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자주 체험하는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나름대로 부족하나마 기도나 묵상, 고백성사를 통해서 제 자신을 비우려고 노력하는 순간, 복음 말씀은 어찌 그리 달고도 단지요. 한 말씀 한 말씀이 어찌 그리 꿀맛 같은지 모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올 뿐 만 아니라 가슴 깊이 와 닿기도 하고, 그 말씀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활기차고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갖은 유혹 앞에서도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제 자신을 비우지 않을 때, 마음 속에 뭔가 꽉 차 있을 때, 죄 중에 있을 때, 복음은 그저 공허하게 귓전을 맴도는 글자일 따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기쁘게 살아가는 길은 오직 한 길 뿐입니다. 말씀 안에 사는 길이지요. 그런데 말씀 안에 항구히 머물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조건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는 또한 비움과 떠남, 침묵 가운데 기다림을 요청합니다.

 

우리 삶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진지한 반성을 통한 회개야말로 복음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토양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복음 안에 사는 우리, 복음을 따라 사는 우리, 복음을 중심으로 사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하루이길 빕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꿀보다 더 단 말씀이 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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