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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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런 주님의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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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3-21 ㅣ No.4645

3월 22일 사순 제2주간 토요일-루가 15장 1-3절 11-32절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 주십시오."

 

 

<부드런 주님의 음성>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가사 말이 너무 좋아 자주 흥얼대던 복음성가 한 곡이 생각났습니다. "탕자처럼."

 

"탕자처럼 방황 할 때도 애타게 기다리는

부드런 주님의 음성이 내 맘을 녹이셨네

오 주님 나 이제 갑니다 날 받아주소서

이제는 주님만 위하여 이 몸을 바치리다"

 

당신께로 발길을 돌릴 때마다 한번도 내치지 않으셨던 제 인생의 주님이셨습니다. 돌아갈 때마다 조용히 제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셨던 그분은 진정 자비의 주님이셨습니다.

 

그 주님은 제가 아무리 못할 짓을 했어도 용서해주셨던 주님, 제가 아무리 거스르는 짓을  했어도 눈감아주셨던 주님, 제 죄를 용서하는 것, 제게 한결같이 자비를 베푸는 것이 특기이자 유일한 낙이신 주님이셨습니다.

 

이런 자비의 주님을 두고 너무도 자주 딴 짓을 하고, 너무도 딴 길을 갔었던 지난날을 다시 한번 뉘우칩니다. "오 주님 나 이제 갑니다 날 받아주소서"외치면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작은 아들이 보였던 행동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도저히 안될 행동, 어처구니  없는 행동,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사회에서도 유산이란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고려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은 아직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몫의 유산을 챙겨 아버지를 떠나갑니다.

 

이 말은 이제 "당신은 당신, 나는 나"란 말과도 같습니다. 결국 남남이 되었다는 말, 부자간의 인연을 끊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더 이상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말라"는 행동이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떠나간 후 남은 아버지가 느꼈던 심정은 어떤 심정이었겠습니까? "참담함"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짐"이었겠지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완전히 맛이 가버린 작은 아들은 수중에 땡전 한푼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각합니다. 더 이상 먹을게 없어서 돼지가 먹는 짬밥으로 겨우겨우 연명하게 되는 데, 다행히도 그 상태에서 작은 아들은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아버지의 따뜻한 품을 기억합니다.

 

회개의 과정에 있어서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도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정도(正道)를 걸어야겠다는 굳은 결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한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께로 우리의 얼굴을 돌리는 일"입니다.

 

진정 수치스럽고 면목 없는 일이겠지만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겠다고 결심하는 일이야말로 회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회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태초부터 주의 깊게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을 향해 우리의 얼굴을 돌리는 일입니다.

 

그분의 자비로운 눈길에 우리의 시선을 맞추는 일입니다. 세상으로 향했던 우리의 얼굴, 악에로 기울었던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버지 쪽으로 돌리는 일이 바로 회개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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