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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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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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16 ㅣ No.4763

4월 17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요한 13장 1-15절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제자 공동체가 형성된 지 3년이 지날 무렵, 예수님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떠나야할 시간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데, 아직도 제자 공동체의 모습은 한심하기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제자교육에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립니다. 보다못한 예수님께서 요점정리까지 해서 일일이 손에 쥐어 주기도 하고 적중 예상문제를 찍어 줘도 아직 뭐가 뭔지 모릅니다. 아이들 표현에 따르면 어리버리 깝니다.

 

떠남을 준비하시던 예수님의 마지막 소원은 당신 제자들이 늘 출가(出家) 당시의 순수한 마음, 불같은 열정, 초심자(初心者)의 마음으로 한 평생 살아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바램은 너무 지나친 바램이었습니다.

 

창립 3주년을 맞이한 제자 공동체는 기능적인 측면,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였지만 영적인 측면, 내적인 측면에서는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눈만 뜨면 제자들을 향해 "제발 자신을 낮추거라"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건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은 자신들 사이에서 "누구 짱인가" 따졌습니다. 마치 주먹세계에 종사라는 사람들처럼 서열을 따지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한심했던 일은 예수님께서 그토록 "내 왕국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나라가 오면 한 자리 보장해주십시오"하는 식의 인사청탁이 줄을 이었습니다. 정치판에서 노는 사람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신이 떠나야할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제자들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안쓰럽기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나기 직전 당신 제자들의 공동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십니다. 제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오랜 세월 안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마지막 제자교육을 위한 교재의 틀을 짜십니다.

 

이것저것 숱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지만 다 생략하십니다. 그리고 말로써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십니다.

 

당연히 섬김을 받아야할 왕이요, 주인이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섬기십니다. 겸손하게도 솔선수범하십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겸덕(謙德)! 덕중의 덕이 겸덕입니다. 그리스도인이 한평생 목숨 바쳐 추구해야 할 덕은 바로 겸덕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신학자, 뛰어난 사목자, 빛나는 영성가라 할지라도 겸덕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몸으로 남겨주신 유언-겸손-을 오늘 성목요일의 화두로 삼고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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