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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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긋자니 배반 손 잡자니 종북' 민주당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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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6 ㅣ No.584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두고 비판도 옹호도 아닌 '애매모호'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문제를 두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겉으론 통진당을 비판하면서도 해산과 관련해선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에 동조하자니 정의당 등과 물밑접촉으로 논의되고 있는 야권연대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반대하자니 ‘종북’ 불똥이 튈 우려가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결국 통진당의 존치 여부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피한 채 주변만 맴돌며 찝찝한 뒷맛만 남기고 있다.

앞서 5일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정당 해산 심판안과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청구안을 접수했다.

이에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는 유지돼야 하고, 모든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그 범주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통진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곧바로 톤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는 극단적인 이념투쟁을 수용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해낼 수 있을 만큼 (국민이) 성숙해있다. 정당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도, 민주주의 성숙도, 국민들의 눈높이와 선거제도의 올바른 작동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해산 위기의 통진당을 감쌌다.

이처럼 불명확한 입장 때문에 김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민주당의 정확한 입장을 간결하게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이석기 사건이)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 너무나 (해당 사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된다는 것을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아마 해외 순방을 나가면서 꼭 처리해야 하는 것들 리스트를 몇 개 주신 것 같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 역시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정원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법원 판결을 기다리자고 하면서 그 잣대를 왜 통진당에 대해서는 대지 않는가”라고만 지적할 뿐, 통진당의 존치 문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

김한길, 정권 비판하면서도 "통진당도 이번 기회에..."

한편, 민주당은 앞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로 '종북'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가 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설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민주당이 통진당과 손을 잡은 것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맺으면서부터. 민주당은 ‘MB정권 심판’을 내걸고 선거 승리를 목표로 야권연대를 결정했다. 당시 민주당과 통진당은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동정책 합의문을 만들기도 했다.

통진당은 이를 발판으로 총선에서 비례대표 6명, 지역구 7명 등 13명을 원내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고사 위기의 통진당에 동아줄을 내려 준 셈이다.

하지만 제3당으로 몸을 불린 통진당은 지난해 11월 비례대표 부정경선, 지난 8월 이석기 사태를 겪으면서 종북정당으로 전락했다. 결국 19대 총선에서 13.4%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통진당의 지지율은 1%대까지 주저앉았고, 이 불똥은 야권연대의 ‘큰형’을 자처했던 민주당에 튀었다.

특히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민적수석비서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이던 이 의원의 가석방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에 종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현재 민주당이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통진당을 비판하며 선긋기를 하려 애쓰는 이유다.

실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안 국무회의 의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통진당도 이번 기회에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부 주장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리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통진당 해산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민주당은 종북 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통진당과는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데일리안 =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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