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원 감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트위터글 5만 5천 건 가운데 2천 3백여 건이 국정원 직원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해오던 국정원장이 자신들의 심리전단 활동에 일탈이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5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추거나 방점을 찍었다.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재준 “댓글 알바 특수활동비 지급” 첫 시인> (경향신문 1면) 
<“대북 심리전단 일부 일탈” 트위터글 2233건 시인> (서울신문 1면) 
<국정원장 “대선 때 심리전단 일탈 있었다” 사과> (조선일보 5면) 
<‘댓글 알바’ 민간인이 3080만원 지급 시인> (한겨레 3면) 
<“댓글 사건, 일탈 있었다”> (한국일보 1면) 
 
   
서울신문 2013년 11월5일자 1면
 
남재준 원장은 심리전단의 일탈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던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JTBC는 4일 <뉴스9>에서 “일부 댓글 활동 등은 시인하면서도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적인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조직적인 선거개입 의혹은 부인했지만 국정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심리전단의 일탈을 언급하면서 사과했다는 것은 충분한 뉴스가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하는 등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한국일보 분석처럼 국정원의 입장변화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정원 국정감사’가 지상파 방송3사로 오면 논점과 초점이 달라진다. 심리전단 일탈에 대해 국정원장이 사과한 사안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국정원의 ‘개혁의지’와 ‘입장’을 강조하는 부분이 부각된다. 마치 KBS MBC SBS 보도국 간부들이 공동회의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제목과 보도패턴을 보인다. 
 
   
2013년 11월4일 KBS < 뉴스9> 화면갈무리
 
KBS는 4일 <뉴스9> ‘대선개입 의혹 대북심리전단 폐쇄’에서 “국정원이 대선 개입 의혹으로 논란이 된 대북심리전단을 폐쇄하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 위협에 대비해 대응 조직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심리전단의 일부 일탈’과 같은 표현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고, 국정원장이 이들 직원들의 일탈에 대해 사과한 부분도 전혀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았다. KBS가 ‘심리전단 직원의 일부 일탈’에 대해 언급한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다음주 국정원 직원 7명이 검찰 수사에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이 전부다. 나머지는 국정원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거나, 국정원이 밝힌 입장을 단순 반영하는 수준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 11월4일 MBC < 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MBC도 마찬가지다. MBC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 ‘대공 수사권, 이관 어렵다’에서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남재준 원장은 대공수사권의 이관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MBC는 “남 원장은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밝힌 트위터글 작업요원 22명 중에 7명은 다음 주 검찰 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는 부분만 보도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일탈’이라는 표현은 리포트에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원장의 사과, 입장 선회 이유, 왜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지 등은 MBC뉴스를 봐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방송3사 가운데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BS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SBS는 같은 날 <8뉴스> ‘대공 수사권, 이관 못한다’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야당의 대공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 검찰이나 경찰로 넘기는 건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013년 11월4일 SBS < 8뉴스> 화면갈무리
 
SBS는 “남 원장이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송구하다면서, 개인적 일탈을 막기 위해 대북 심리전 지침을 만들겠다”고 전하는 등 KBS MBC와는 조금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송구하다’ ‘개인적 일탈을 막기 위해’와 같은 국정원의 해명에 방점을 찍은 남재준 원장의 발언 위주로 보도했다. 
 
△‘댓글 알바 특수활동비 지급’ △국정원 차원의 대선 개입 논란 △군 사이버사령부와의 연계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SBS는 이날 KBS와 MBC가 각각 11번째, 5번째로 리포트로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유럽 순방 관련 소식을 <8뉴스> 머리기사로 올렸다. 그동안 KBS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권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이었던 SBS가 요즘은 KBS MBC와 차별화 된 뉴스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SBS가 계속 갈 경우 ‘홍보방송’ 논란이 제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까지 얘기한다. 
 
   
2013년 11월4일 JTBC < 뉴스9> 화면갈무리
 
어찌 됐든 4일 KBS MBC SBS 메인뉴스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방송3사가 어떻게 희석시키는 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동시에 왜 종편인 JTBC뉴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지도 정확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