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납골당

스크랩 인쇄

김광식 [juliokim] 쪽지 캡슐

2007-11-16 ㅣ No.4600

 
 
 
영혼의 안식처, 납골당 (상)도심 속 납골당 : 의정부교구 신곡2동성당 ‘하늘의 문’
 
산 이와 죽은 이 통교 이루는 성당

미사 때마다 우리는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며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해 달라’ 기도한다. 특히 11월 위령성월이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 온 죽음을 어느 때 보다 깊이, 간절히 묵상하게 마련이다.

헌데 요 근래 죽은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정 반대다. 죽은 이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안식처를 산 이들과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기피시설로 바라보는 듯하다.

위령성월을 맞아 최근 논란을 빚었던 성당 등 종교시설 내 납골(봉안)당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새롭기 때문에 낯선, 성당 내 납골당에 대한 인식전환의 첫 걸음으로 도심 속 성당 납골당을 직접 찾아 사회의 편견이 과연 해묵은 오해인지 기우(杞憂)인지 알아본다. 아울러 급속히 바뀌어가는 장묘문화에 발맞춰 우리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지 모색해 본다.

화장률이 얼마나 증가해 납골당이 필요하며,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교회가 납골당을 만드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도심 속 납골당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직접 보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성당 납골당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 그리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의정부 신곡2동성당(주임 오용환 신부) ‘하늘의 문’을 찾은 건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성당과 한 건물에 자리한 ‘납골당’이기 때문. 게다가 서울 북동부와 경기북부를 잇는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고, 경기도 제2청사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주민들의 유동이 빈번한 신시가지에 있는 것도 이유다.

#고인 안치, 유가족 기도에 신경쓴 곳

성당 안에 들어가 물어물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인을 안치하는 곳은 으레 숨겨져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늘의 문’을 들어서며 바꿔야 했다. 담도 없는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당 1층 문을 열자 그곳이 ‘하늘의 문’이었다. 대성당과 성당 사무실이 2층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하늘의 문’은 외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셈.

정면에 자리한 성모상과 봉헌용 컵 초, 간단하게 다과를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갖춰진 산뜻한 느낌의 로비는 성당 만남의 방을 보는 듯하다. 왼편으로 기도실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을 마친 유가족들이 고인의 유해를 모셔와 처음 들르는 곳. 고인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게 될 장소다. 유해는 이곳에서의 예식을 거쳐 안치된다.

기도실을 거쳐 ‘하늘의 문’에 안치된 유해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1250기. 고인들이 안식의 삶을 살고 있을 납골당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유해가 날려 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썩는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하늘의 문’을 담당하고 있는 테레사 수녀가 납골당 입구에 설치된 견본을 보며 설명한다. 봉안함을 실리콘으로 완전 밀봉할 뿐 아니라 봉안함이 안치될 외벽도 수차례 실리콘으로 둘러 외부와 차단한다. 유가족들은 납골당 안으로 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늘의 문’은 유해의 변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시공했다. 바닥을 이중으로 만들고 하단에 숯을 설치해 자연환기가 가능하면서도 이슬 맺힘 현상을 방지했다. 좁은 공간에 되도록 많은 유해를 안치하려는 경제적 논리보다는 쾌적한 환경에서 고인을 안치하고 유가족들이 찾아와 기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욱 신경을 쓴 것.

실제로 납골당 내부는 전반적으로 밝고 깨끗하다. 묵상음악을 들으며 유가족들을 배려해 곳곳에 놓인 간이의자와 장궤, 묵상용 책자를 살피다보면 이곳이 피정의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유가족 위한 사목적 배려

납골당 1층에서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성당 제대 뒤편이다. 제대 뒤편에도 600여 기의 유해를 모실 수 있는 납골당이 자리하고 있다. 벽 하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이 공존하는 셈이다. 성당 바로 뒤와 밟고 있는 바닥 아래 고인을 모신 것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쁘레시디움 활동 중 하나로 납골당 청소에 한창인 김화경(마리아)씨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지만 납골당에 들러 청소하고 기도하면서 죽음이 정말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음을 묵상한다”고 말한다. 본당은 ‘하늘의 문’에 모셔진 영혼들을 위한 지향으로 매 주일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2년 전 부모님을 이곳에 모신 박마리아씨 부부는 서울 옥수동 집에서 40분 거리인 이곳에 시간 날 때마다 들러 기도한다. 마리아씨는 “다른 많은 이들이 부모님을 위해 기도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부터 든다”고 말한다.

여느 사설 납골시설과 달리 ‘하늘의 문’은 유가족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도 나서고 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월례추모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비롯해 둘째, 셋째, 넷째 토요일에는 각각 자녀사별, 부부사별, 부모사별 모임이 열린다. 또 11월 위령성월에는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하늘가족 피정’도 갖는다. 홈페이지(www.elife.or.kr)에서는 ‘사이버 추모관’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이 죽은 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산 이와 죽은 이가 만나 끌어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납골당에 대한 편견도 죽음이 멀리 있다는, 죽음을 꼭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묵혀두었던 물음 둘

‘주변 집값은 떨어졌나요?, 아이들에게는 영향이 없나요?’

이 성당에 납골당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실제로 납골당이 들어설 당시 지역주민 뿐 아니라 성당 내에서도 반발은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납골당이 문을 열고 2005년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한 가운데 축복식이 열렸지만 지금까지 납골당과 관련한 반대나 민원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 비해 성당 주변에는 더 많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유동인구도 많아졌다.

내 집 앞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시설’인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사진설명
▶의정부 신곡2동성당 전경. 이 곳은 한국교회에서는 최초로 성당과 납골당 ‘하늘의 문’이 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납골당 내부. 봉안함(아래 사진) 뿐 아니라 외벽도 실리콘으로 처리하는 등 유해의 변질을 원천적으로 막도록 시공했다.
▶봉안함
▶기도실. 화장을 마친 유가족들이 고인의 유해를 모셔와 처음 들르는 곳이다. 고인이 사랑하는 이와 작별인사를 하는 곳. 유해는 이 곳에서 예식을 거친 후 안치된다.
▶성당 제대 뒤편에도 600여 기의 유해를 모실 수 있는 납골당이 자리하고 있다. 벽 하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은 이와 산 이가 공존하는 셈이다.


◎납골당 ‘하늘의 문’ 건립한 김태수 신부

“뿌리 깊은 편견부터 없애야”

김태수 신부는 신곡2동성당에 ‘하늘의 문’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스페인과 미국문화가 접목된 필리핀의 한 묘지에서 다양한 장묘방식을 접한 김신부는 우리나라도 성당에 납골당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묘지대란이다’ ‘장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부활한 예수님을 모시고 있는 성당에 직접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성당 신축을 준비중인 신곡2동본당에 부임한 김신부는 국내 사설 납골당 뿐 아니라 북미의 여러 납골당을 직접 답사하며 성당의 구조에 맞는 납골당 설계를 시작했다. 신곡2동성당 부지가 예전부터 묘지 자리였던 것도 계획과 맞아떨어졌다.

성당 건립 초기 납골당을 만든다는 소식이 퍼지자 지역주민 뿐 아니라 성당 신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당시 본당 사목위원들도 지역과 갈등을 빚지 않을까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마다 김신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와서 보라’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과연 유해한 시설인지,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신곡2동 성당은 지어질 때부터 담이 없다. 항상 문을 열어놓고 누구에게나 ‘하늘의 문’을 개방했다.

최근 성당 납골당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김신부는 “지역 주민들의 인식부족과 더불어 납골당을 마련하는 설계·건축담당자들의 홍보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한다. 또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 뿌리 깊은 의식이 빚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신부는 “좁게는 교회 시설 내 납골당 설치 등에서부터 넓게는 교회 장묘문화 개선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 교회 내에는 이렇다 할 전문가도 없는 실정”이라며 “지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죽은 이와 산 이들의 통교를 이룰 수 있는 교회시설이 도심에 마련되려면 우선 교회 차원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
 
 
 
기사입력일 : 2007-11-11


351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