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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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감격 넘버 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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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05 ㅣ No.3116

1월 6일 일요일 주님공현대축일-마태오 복음 2장 1-12절

 

"동방박사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 앞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왕감격 넘버 쓰리>

 

작년 성탄을 준비하던 때의 일이었습니다. 예년과 다름없이 저희 수도원에서는 오랜 전통에 따라 함께 사는 아이들과 함께 성탄 9일기도를 정성껏 드렸습니다. 돌아보니 그 시간들은 참으로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바쳤던 9일기도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제비처럼 입을 "짝짝" 벌리며 우렁차게 부르던 아이들의 성가소리가 아직도 제 귀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9일 기도 마지막 날, 원장 신부님께서는 아이들에게 한가지씩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아주 간단한 숙제였습니다. "이번 성탄 밤 미사 때 봉헌금을 낼텐데, 우리 친구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봉헌금 내는 것을 면제시켜 주겠습니다. 대신에 우리 친구들,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선물로 새해 결심을 한가지씩 적고, 봉투에 넣어 봉헌 때 넣어주기 바랍니다."

 

"어떤 결심이 좋을까?" 하루 온종일 심사숙고하느라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었습니다.

 

이윽고 성탄 밤 미사가 봉헌되었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적은 새해 결심들을 하얀 봉투에 담아 정성껏 봉헌했습니다.

 

성탄 밤 미사, 아이들의 성탄제, 신부님 수사님들만의 성탄파티가 끝나고 나니 시간은 거의 새벽 3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적어낸 결심들이 어떤 것인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담당 신부님과 함께 아이들이 적어낸 결심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감격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들 담당 신부님과 둘이서 골라낸 아이들의 "왕감격 새해결심 넘버 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넘버 3: 새해에는 내 "욱"하는 성격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넘버 2: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솔직히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살아보니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해 결심은 평생 살레시오에서 사는 것입니다.

넘버 1: 나중에 여기서 나가서 취직한다면 월급의 반을 이곳 후원금으로 내겠습니다.

 

이런 글을 읽어가던 담당 신부님은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거렸습니다. 이번 성탄, 아이들의 새해결심은 저희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오늘 예수공현대축일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오직 새로 태어나시는 메시아께 값진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일념에서 그 멀고먼 여행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 끝에 메시아의 탄생을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준비했던 가장 귀한 선물을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바칩니다.

 

오늘 우리가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가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입니까? 아니면 혹시라도 써먹을 대로 다 써먹어서 이제 싫증이 나는 것들, 우리에게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는 것들을 선물로 준비한 것은 아닙니까?

 

하느님 앞에 가장 합당한 봉헌은 무엇보다도 "오롯한 봉헌"입니다. 오직 하느님께로만 향하는 갈라짐 없는 봉헌, 저희 아이들들이 다짐했던 봉헌처럼 순수한 봉헌이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정성스런 봉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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