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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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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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6-05 ㅣ No.4971

6월 6일 부활 제 7주간 금요일-요한 21장 15-19절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베드로에 대한 연구>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베드로입니다. 그래서 최근(2003년 6월호) "성서와 함께"란 잡지 "영성의 향기" 코너에 게제된 베드로와 관련된 제 글을 올려드립니다.

 

늘 반복되는 말들이어서 식상하시겠지만 복습차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성서와 함께"란 잡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란 수녀회에서 만드는 성서전문잡지입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성서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기에 구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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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대상 베드로

 

복음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대로 연구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한성격"씩 했던 개성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베드로처럼 특별한 사람은 다시 또 없었습니다. 베드로와 관련된 일화들을 종합하면서 "연구대상의 인물"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인물"임을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베드로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즉흥적이어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얼마가지 않아 즉시 의기소침해지는 럭비공 같은 스타일의 성격이었습니다.

 

복음사가들이 베드로에 대해서 언급할 때 자주 사용했던 몇 가지 유형의 문장을 통해 우리는 베드로의 성향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베드로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베드로는 한마디로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지요. 먼저 나서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언제나 예수님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합니다. 좀 조용히 있으면 50점이라도 딸텐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괜히 나서다가 다른 제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당하고 미움을 받습니다.

 

"저만은 결코"-베드로는 열(熱)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성격이 충동적이고 과격했습니다. 변덕이 아주 심했기에 뒷감당도 못할 말들을 서슴없이 해서 나중에 많이 고생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한편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란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자신과 다른 제자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합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베드로는 마음만 앞섰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인간의 전형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나 만사가 잘 풀릴 때는 목숨이라도 바칠 기세로 열렬히 예수님을 따랐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된다 싶을 때는 즉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꼬리를 내리고 뒤꽁무니를 뺍니다.

 

 

"오버맨" 베드로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이 안고 있었던 그 모든 인간적 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탁월한 장점 한가지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향한 "열정"이었습니다. 비록 성격상의 나약함으로 인해 오래 지속되지 못하던 열정이었지만 베드로가 지녔었던 예수님을 향한 열정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베드로의 예수님을 향한 애정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다음과 같은 성서구절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마태오 26, 33)." 그러나 예수님은 "오버맨" 베드로가 분명히 책임못질 것이라는 사실, 베드로의 도를 넘어서는 자만심이나 우월감을 훤히 꿰뚫고 계셨지요. 이렇게 마음만 앞섰지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베드로의 경거망동함을 눈여겨보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끊임없이 베드로를 바닥으로 내리치셨습니다. 최종적으로 예수님은 수제자의 "배반 사건"을 통해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을 정도로 베드로를 바닥에까지 내려보내십니다. 예수님은 그 바닥에서부터 다시 한번 베드로와의 영적 여정을 시작하십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다른 제자들 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을 때는 실제로 다른 제자들보다 나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반대로 베드로가 자신이 다른 제자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베드로는 "진정한 수제자" "제자 중의 제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주님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주님 당신으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저는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고 고백하는 순간 베드로는 참된 예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제자 베드로의 "배반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나름대로 한가지 진리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 인간의 언약, 인간의 역사, 인생의 모든 각본은 단 순간만에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진리 말입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던 베드로였지만 가장 낮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십시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저만은 결코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다"던 베드로였지만 단 몇 시간만에 세 번씩이나 배반했습니다. 그토록 기고만장했던 베드로가 단 몇 시간만에 완전히 찌그러집니다. 금강석보다도 더 단단했던 베드로의 언약은 자취를 감추고 철저한 배신에 따른 수치심과 죄책감, 부끄러움만이 베드로를 휘감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일 필요한 자세는 "지속적인 겸손"입니다. "주님, 이 연약한 인간을 보십시오. 천국을 살다가도 일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 가련한 인간을...시시각각으로 배신을 거듭하는 이 불충실한 인간을..." 그래서 늘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화살기도입니다.

 

베드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겸손하게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비참함을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주님의 자비를 힘입지 않고서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아름답고 열렬한 신앙고백에 도달하게 됩니다. "주님, 제가 이렇게 비참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요한 21, 16 참조)."

 

오늘 우리의 처지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비참할 때, 거듭 그분을 배신하는 순간, 베드로의 고백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보십시오. 당신 없이는 참으로 비참한 제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제게는 이제 주님 당신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제 삶의 의미입니다. 당신만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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