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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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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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2-06 ㅣ No.6427

2월 7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마르코 6장 30-34절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자."

 

 

<인간이 하늘입니다>

 

얼마 전 무지 바쁘게 보낸 하루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시외에서 있었던 한 그룹피정을 따라갔다가 귀경길이 막혀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습니다. 이런 저런 뒷정리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3시였습니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지만 시간은 이미 3시 반이었습니다.

 

형제들 눈이 무섭기에 어떻게 해서든 새벽 6시 공동체 미사에는 나와야 했습니다. 묵상까지 끝내고 또 형제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지요. 억지로 아침 식탁에 앉지만 모래알을 씹는 듯 합니다.

 

형제들 학교가고 나서, 오늘 내로 끝내야할 숙제 한 가지 빨리 끝내고, 아이들에게 눈도장 찍고,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만 눈 좀 붙여야지" 하고 침실로 올라가는데, "반가운  상담전화"가 한통 걸려옵니다.

 

"오전은 안 되겠군" 하고 포기하면서 점심을 먹습니다. "빨리 먹고 올라가야지" 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할 수 없이 축구화로 갈아 신었습니다.

 

재미있게 한 게임 뛰고 나서 "이제는 정말 눈 좀 붙여야지" 하고 올라가는데, 사무실 앞에는 "공포의 면담 고백성사"를 청하는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한 분 한 분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기막힌 사연들입니다. 그분들을 가신 후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3시였습니다.

 

"이제 드디어!" 하고 올라가는데, 또 다른 전화가 걸려옵니다. "어제가 원고 마감 날인데, 어떻게 된 일이냐"는 전화입니다. 또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침실에는 잠시도 올라가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하고 고개를 드니 시간은 또 다시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눈꺼풀이 무거운 하루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돈보스코 성인께서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자주 하신 말씀 중에 "살레시오 회원이 되면 내가 3가지는 반드시 책임질 것이니 염려들 말라"고 하셨는데, 그 3가지는 일과 빵과 천국입니다.

 

살레시오 회원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돈보스코 성인의 말씀처럼 언제나 때가 되면 식사가 마련된다는 것 외에도 늘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등장하는 예수님과 제자들 역시 찾아오는 사람들, 밀려드는 군중들로 인해 점심 먹을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지나친 과로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있던 예수님과 제자들은 잠시 동안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배를 타고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납니다. 그러나 귀신같은 군중들은 족집게처럼 예수님 일행의 거처를 알아 맞춥니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청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눈여겨볼 일이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지속적인 스트레스, 탈진상태에 빠져있었던 예수님과 제자들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짜증내지 않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백성들을 향한 측은지심을 발휘합니다. 단 한 사람도 물리치지 않으시고 소원을 들어 주십니다.

 

한 선배 신부님의 말씀이 늘 제 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신부로 살아가면서 사람을 위해서 손해 보는 시간을 절대로 아깝게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위해 쓴 시간은 하느님을 위해서 보낸 시간과 마찬가지다. 네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의 말을 정성껏 귀 기울여서 들어주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라. 사람에게 투자해라. 지금 자네를 찾는 사람이야말로 자네를 향해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네."

 

결국 인간이 보물입니다. 인간이 복음입니다. 인간이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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