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성탄 메시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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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홍보실 [commu] 쪽지 캡슐

2006-12-24 ㅣ No.174

2006년 성탄 메시지(全文)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마태 1,23)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모든 가정 그리고 온 세상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교우들이 봉사와 나눔의 성실한 신앙생활과 함께 교회 공동체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많은 도움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은 이천년 전 유다 지방 시골마을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습니다.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은 죄의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우리 모두를 깊이 사랑하셨습니다. 그분의 큰 사랑과 속죄에 힘입어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탄생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되고 특별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최근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돈’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합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생명, 사랑, 기쁨, 감사, 희망처럼 내적인 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정신적으로는 점점 더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점점 커지는 계층 간 소득격차를 비롯한 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가난한 이들은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점점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하루빨리 경제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많은 서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빈곤층으로 몰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과거 IMF 이후 약 175만 명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하향 이동했다고 합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 배려하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사회 지도자들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봉사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하고 섬기는 본래의 직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부과된 엄숙한 책임을 자각하여 국민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 역시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겸손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속화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는 권력과 지위를 지니고 오실 수 있었지만 아무런 힘도 없이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의 신비입니다.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드러났습니다.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예수님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병들고 허약한 이에게 위로가 되고, 억울한 이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오늘날 외적으로 많이 발전하더라도 내적으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참조). 예수님께서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사셨듯이 우리 역시 다른 사람과 서로 섬기고 나누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현해야 합니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들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풍요롭게 만들 뿐 아니라 자신도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눔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지닌 교회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갑시다. 


오늘 성탄절을 맞이하여 우리 개개인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고자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나누고 사랑하며, 섬기고 용서하는 삶을 살 때 바로 그 곳에서 아기 예수님께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기뻐하며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이 이 시대 모든 사람들, 특히 남북으로 갈라진 채 고통받는 우리 민족과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6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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