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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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성전 문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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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3-04 ㅣ No.6603

3월 4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마태오 7장 7-12절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굳게 닫힌 성전 문 밖에서>

 

1458년 폴란드가 잘나가던 시절, 국왕이었던 가시미로 4세의 아들로 태어난 성가시미로가 지녔었던 성덕의 향기는 세월과 국경을 초월해 멀리멀리 퍼져나갔습니다.

 

아버지의 권세를 등에 업고 나대다가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고, 패가망신하고, 교도소로 직행하는 것이 보편화된 우리나라 절대 권력자 2세들의 모습이었는데, 가시미로의 삶은 어디 한 군데 책잡힐 데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왕인 아버지가 국정수행을 소홀히 한다고 여겨질 때 마다, 속국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 마다 정의롭게 처신하도록 용기 있고도 겸손하게 간청했다고 합니다. 거의 매일같이 아버지에게 뼈있는 조언을 했었다고 전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가시미로에게는 "가난한 이들의 옹호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고통 받는 민중들을 향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합니다.

 

왕자 가시미로에게 궁중에서의 아무런 아쉬움 없는 호화로운 생활은 너무나도 괴로운 생활이었습니다. 그래서 왕권마저 이양받기를 간곡히 거절합니다. 그 대신 거리로 나가 빈자, 병자, 순례자, 우는 자들의 친구로 살아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 주어버렸기에 가시미로는 언제나 빈털터리였답니다. 그렇게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가시미로는 진정으로 행복해했었답니다.

 

한번은 아버지와 몇몇 헝가리 귀족들의 헝가리 국왕 축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왕자 가시미로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나 가시미로는 그 계획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판단을 합니다. 군대를 인솔해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국왕이 불같이 화가 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시미로는 의연하기만 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정의를 지켜나간 것입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살았던 사람, 하느님의 말씀이 너무 좋아 결혼도 거부하고 왕권계승도 거부했던 가시미로의 삶이 참으로 놀라워 보입니다. 다들 권좌에 앉기 위해 간까지 다 빼주고, 사람으로 하지 말아야 할 짓 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는 정치판이지 않습니까?

 

어느 날 가시미로가 기도하러 성전으로 갔습니다만 늦은 시간이었던지 성전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기도하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던 가시미로였기에 성전 문 밖 찬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비록 감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록 예수님의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지만 가시미로는 오래오래 진심어린 성체조배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한발자국만 나가면 성당 문이 보이고, 언제나 그 문은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성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간절하고 열렬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기꺼이 들어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단 그 기도는 자녀다운 기도, 단순한 기도, 순수한 기도, 이웃을 위한 기도,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기도여야 함을 암시하고 계십니다.

 

성전 문 밖에 무릎을 꿇고 국왕인 아버지가 선정을 베풀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왕자 가시미로의 기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가난하고 고통 받는 백성들을 위해서 간곡히 부탁드리는 가시미로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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