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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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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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3-19 ㅣ No.6691

3월 19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마태오 1장 16, 18-21절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착한 남자>

 

요셉! 단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지만, 성인의 모습을 상상해볼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착한 남자, 과묵한 사람, 그래서 든든한 사람, 쫀쫀하지 않은 사람,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떨지 않는 사람, 비록 타인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고 손해 보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사람, 신의나 의리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진정 사랑했던 여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약혼녀 마리아를 포기하라는 하느님의 요청은 요셉에게 있어 청천벽력 같은 요구였기에 정말 수용하기 힘든 부담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당시 구세주 탄생 사건의 전모는 모든 것이 다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명확하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는 설명도 없었습니다. 무조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것이었습니다. 요셉은 어떤 면에서 구세주 탄생으로 인해 발생한 가장 큰 피해자였습니다. 속수무책인 가운데 약혼녀를 강탈당한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미래의 삶 역시 생각만 하면 갑갑한 것이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 마리아!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지만 태어나게 될 아기, 고스란히 떠안아야할 부양의 의무...한 평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식과 “배신녀” 마리아를 위해서 뼈 빠지게 일만 하는 자신의 괴로운 미래가 예측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불평불만하지 않고 묵묵히 천사가 알려준 그 길, 한 평생 이해 못할 신앙여정을 출발합니다. 우리같이 길고 짧음과 이해득실을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길을 떠납니다.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순명, 여기에 요셉의 덕이 있습니다. 요셉이 지녔던 가장 큰 덕행은 뭐니뭐니 해도 순명의 덕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요청에 그저 한 치 오차도 없이 따라갑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니 말씀대로 맞아들입니다. 이집트로 길을 떠나라니 말씀대로 길을 떠납니다. 유다로 돌아오라니 말씀대로 돌아옵니다. 한 평생 하느님께서 제시해주신 그 길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묵묵히 따라감을 통해서 요셉은 구세사업에 한 몫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협조자로서 지녀할 첫 번째 자세는 결국 요셉 성인이 지니셨던 부드러움입니다. 부드러움만이 하느님을 기꺼이 수용하게 하고, 이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느님을 향한 부드러운 시선, 이웃을 향한 따뜻한 눈길 그것이 결국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노란 종달새"란 이름의 인디언이 지은 기도를 읽으면서 세상만사 안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노력했던 요셉의 생애가 떠올랐습니다.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만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들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를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영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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