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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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김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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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mi4006] 쪽지 캡슐

2017-12-14 ㅣ No.116816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마태오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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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 복음 말씀에서 눈이 멈춘 곳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라는 구절이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 할 듯 하다.
하늘나라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 모상을 닮은 인간을 사랑으로 지어내신다.
그리고 커다란 결단을 하신다.
당신께서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말에 책임을 지시겠다는 이야기다.
즉,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신다. 창조주 하느님을 거부할 정도의 자유의지였다.
어쩌면 하느님께는 커다란 모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께서 말씀하신 사랑이라는 말에 책임을 지셔야 했고,

그렇게 인간들에게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셨다.
하지만 인류는 처음부터 자유의지를 욕망의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가 되었고,

그 안에는 늘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일로 채워졌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랑이라는 말에 머뭇거림이 없으셨다.
결국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시기로 결심하신다.
보내진 아들은 하느님의 뜻과 하늘나라의 모습과 우리가 영원성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그 아들은 자신의 죽음이라는 십자가의 삶으로 사명을 완수한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지금 역시 인류의 욕망은 그 끝을 다하지 못하고 움직여지고 있다.
결국 우리 인간의 역사는 하늘나라를 폭행하는 역사였다.

그렇다면, 폭행을 당하는 하늘나라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이런 기분이 아닐까?
요즘 너무도 쉽게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슬프고도 아픈 소식들.
자식에게 폭행당하는 부모들, 치매로 외딴 섬에 버려진 부모들,

서로의 새로운 삶을 위해 서로 자식을 떠맡지 않겠다고 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버려진 아이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명을 받았다가 부모의 이기심으로 그 생명을 빼앗기는 낙태아들,

목숨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힘없는 자들,

필요에 의해 취해졌다가 너무 쉽게 버려지는 동물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부조리와 악행은 우리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 아마도 하느님의 마음은 폭행당하는 부모, 버려진 부모, 내던져진 자식, 생명을 빼앗긴 태아,

삶의 기반을 빼앗긴 무력한 사람들, 쓰레기처럼 길가에 내동댕이쳐진 강아지들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오늘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민족의 아픔을 생각해본다.
보속(補贖 / penance)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독일이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의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보속이라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내 민족이 지은 죄에 대한 참회의 실천으로 받아들이려는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보속이라는 개념이 사실 없었다.

불교적 용어인 업보(業報)라는 표현은 있지만 이는 마지 못해 과거나 전생에 지은 허물에 대해 묶이는 것을 말한다.

한(恨)으로 남을 수 있는 수동적인 개념이다.

그렇다. 우리가 하늘나라에 대한 폭행의 가해자가 아니라,

그 하늘나라의 뜻을 따라 이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작업은 보속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가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속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민족이 남과 북,

그리고 동과 서의 참된 화해와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제일 먼저 요구되는 정신일지도 모르겠다. (2013.12.13)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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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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