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간지주에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양수리행 버스를 알아보았습니다.

원래는 여주에서 광주로 해서 갈려고 했는데 다행히 양수리로 가는 버스가

있더군요..양수리는 양평옆에 있는 곳으로 영화촬영소가 있는 곳이지요..

그리고 이 양수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지도상으로) 다산 정약용의 묘지가 있는

마재가 있습니다.

원주에서 양수리까지는 정확하게 두시간...자로잰듯한 시간입니다. 상봉동으로

가는 직행을 타니 이곳에 내려주더군요..요금은6,300원.

지도상에 마재와 양수리는 지척이라 걸어갈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버스가 있길래

마재에 가느냐고 물었지요. 기사아저씨가 간다고 하길래 시간도 5시를 넘어서고

해서 빨리 버스에 탔습니다.

이 버스...마재에 들어가지 않고, 그 입구에 내려줍니다. 166-2번인데 서울의 청량리

에서 출발해서 양수리가 종점인 버스입니다. 청량리에서 양수리까지는 1,000원.

마재입구에서 다산의 묘가 있는 곳까지 꼬불꼬불한 도로를 20분정도 걸어들어가니

멀리 기념관이 보입니다. 그 주변에는 식당과 민박집도 있고.. 경치가 좋아서인지

별장이 많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이 기념관이 동절기에는 저녁 5시까지만 운영을 하는 것입니다.

들어가지도 못 하고 밖에서 고개만 내밀고 안을 들여봤습니다. 왼편 담이 무척

낮길래 그리로 가서 둘러보았지요..

이곳이 성지라는 의미보다 일종의 유적지라는 의미가 크기때문에 꼭 안으로 들어가

지 않아도 내부는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로 유명한 분이시지요..정약종, 정약용, 정약전, 삼형제.

이 세분이 우리 천주교회사에 미친 영향은 대단합니다. 특히 정약종은 가장 그렇

지요...

정약종의 아들이 바로 성인 정하상(바오로)라는 것 알고 계시는지..그리고 백서사

건의 주인공 황사영이 이 집안의 사위이구요.. 그리고 정약종은 순교자이기도 합

니다. 이렇듯 그의 형제는 일찍 천주교를 받아들인 장본인들입니다.

하지만 정약용에 대해서는 좀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이 과거에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고 자기보다 백성을 먼저생각한 그의 인품과 정치가로서의

점수는 후하게 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천주교적인 교우로서의

시선은 좀 다른 점수를 주어야 하겠지요.

일찍 천주교를 받아들인 다산은 을사추조 적발 사건이 일어나자 철저하게 배교의

자세를 취합니다.그리고는 진산사건으로 인해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하자 확고한

배교를 합니다. 바로 당쟁이 일어나면서 괜한 불씨를 없애기 위해서 ’자명소’라는 글로 배교의 뜻을 알리지요. 그리고는 몇몇 교우들을 고발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교회를 떠난 다산은 결국 정조가 죽고나서 신유박해때

자신도 유배를 가게 됩니다.

전라고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18년동안 생활하던 약용은 유배생활이 끝나고 2,3년

이 지나고 나서야 천주교에 열심히 하려합니다. 신부님을 데려오는데 일말의 도움도

주기도 했지요...

다산 정약용을 재평가할 이유가 있는 것은 그가 천주교에 취한 철저한 배교의 자세

와 자신의 정치적인 안위와 목적을 위해 몇번이고 상소를 통해서 척사의 자세를

보였던 정약용을 반성의 자세로만 바라보아서는 다른 순교자들에게 미안한 일이라

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강진의 다산초당에는

가지 않았고 마재는 다산의 묘라는 의미보다 정씨가족의 생가터라서 찾아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그상황이 되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정약용이

오랜시간동안 척사의 자세를 취했다는 그의 비겁함에 대해 우리는 무어라고 말 해

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