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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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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0-29 ㅣ No.405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신뢰성에 상식 차원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지법 형사2부는 28일 지난해 대선 당시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이 무죄 평결했으나 내달 7일로 선고를 연기했다. 재판부는 평결 당일 선고하는 관행과 달리 선고를 연기한 배경으로 “공소사실에 대한 평결 일부에 대해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배심원 의견을 존중하되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안 피고인은 12월 10∼11일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도난 문화재인 안중근 의사 유묵을 소장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17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구형받았다. 그에 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은 대선 당시 문 후보 지지율이 86.25%에 이른 당해 지역 정치 성향과 맞물린다. 처음부터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으로 적합했는지 의심스럽다. 나흘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나꼼수’ 주진우·김어준 피고인의 명예훼손·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배심원단의 과반수 무죄 의견대로 무죄 선고함으로써 고조시킨 ‘상식 이하의 감성 재판’ 내지 ‘여론 재판’ 우려가 훨씬 더 적나라한 형태로 재연된 것이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라 배심원의 평결·의견은 재판부를 기속(羈束)하지 않는다. 그러나 2008년 1월 법 시행 이래 평결과 선고가 일치하는 사건이 90% 이상에 이른다. 평결과 판결의 이같은 상관관계는 국민참여재판 결정에 앞서 재판의 독립성을 저해할 정서·여론 등 제반 요인을 엄정히 스크린해야 할 필요성을 웅변한다. 사법부는 특히 선거·시위 범죄처럼 정치 성향이 짙은 사건의 경우 법 제9조를 좇아 대상 사건에서 배제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각 재판부에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제도 보완·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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