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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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야만 알아듣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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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avis96] 쪽지 캡슐

1998-10-22 ㅣ No.78

 마음을 열어야만 알아듣는 말.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세 살 짜리 조카 녀석이 있습니다. 말문이 하나 둘 열리면서 식구들이 모두 그 재미로 지내곤 하지요. 그러나 진득한 성격이지 못한 저로써는 그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 듣기도 어렵고, 그래서 건성으로만 대답을 하다가 그것마저도 귀찮으면 바로 안아서 엄마나 큰언니에게 옮겨 놓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완벽한 언어체계를 갖추지 못 한 그 녀석의 말을 큰언니와 엄마는 다 알아 듣는 것입니다. 그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 듣고 그대로 해 준다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저를 보고 그 녀석이 '이모!'라고 부르더군요. 그 기쁨과 놀라움을 여러분은 짐작을 할 수 있으신지요. 그 다음부터는 조카의 말을 알아 들으려고 애를 쓰니 대부분은 다 알아 듣고 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아주 무시무시한 말을 하십니다.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이 세상에 오셨다고 하네요. 루가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온다는 그 분의 메세지, 그 기다림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  은유의 시인 예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죠.

 복음을 만나면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조카녀석의 심정과 언어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녀석의 말은 웅얼거림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식과 언어체계를 넘어 있는 말이 바로 복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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