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성지순례기]천진암성지..성조의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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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1-10 ㅣ No.310

안녕하세요. 저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무척이나 세게 부네요

게다가 종일토록 비가 와서 좀 힘든 하루였습니다.   

 

어제 광주에서 하루를 묵은뒤에 아침일찍 천진암으로 가기위해서 서둘렀습니다.

광주터미널에서 천진암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옆에 우체국 건너편에서 타라고

하더군요.. 10시에 차가 있다고 ...그래서 옆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천진암으로 가는 버스는 번호판이 없더군요. 그냥 광주버스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천진암까지는 1,500원인데 한30분은 가는 것같습니다. 천진암계곡에 접어들고는

밖에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천진암성지 바로 앞까지 버스가 들어가서 좋더군요... 거기서 천진암성지에 올라가

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가 상당히 왔습니다. 우산을 쓰고 가는 중에 입구

에서 이 곳 천진암성지는 가방을 메고 들어갈 수가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천진암성지 자체가 산으로 이루어져 잇어서 아마 불이나 취사를 금지하기 위한

방편인 것 같더군요.

 

가방을 맞기고 기도서와 카메라, 성가책만을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입구에서

십자가가 보이는 곳까지...경사도 그렇고 생각보다 멀더군요...

천진암성지가 시작되는 십자가에서 앞을 바라보니 커다란 운동장 같은 곳에 돌만

세워져 있길래 무엇인가 했습니다. 알고보니까 천진암대성당을 짓기 위해서

100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성당의 터를 알리는 표시였습니다. 아마 이 성당이

완공될 때쯤이면 제 나이 근 아흔이 되어야 할테니까 살아서 이 성당을 볼 수 있을

지 의문이군요.. 지금 기획되는 대성당은 베드로 대성당의 크기와 맞먹는 성당입

니다. 지하만해도 소성당이 스무개인가 되고 중간크기의 성당이 두개...

대성전에는 3만명 정도를 수용한다고 하니 어마어마 하겠지요...

 

이 대성당 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향해 걸어가면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받아들이

고 종교로 발전시킨 신앙선조들의 묘지와 당시의 강학회자리로 갈 수 있습니다.

 

잠시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면 처음에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시작된 것이 성리학

에 염증을 느낀 학자들이 새로운 학문이었던 천주교를 연구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그 안에 진리를 찾고 그것을 종교로 받아들였다는 것. 아시지요..

그 학문을 연구하던 학자들이 처음으로 모여서 같이 학문을 논하고 강의도 하고

그리고 스스로 교리와 십계와 아침저녁기도와 주일을 정하고 그것을 따르던

모임이 바로 강학회였습니다. 성조(聖祖) 이벽(요한)이 이 모임의 얘기를 듣고

밤길에 이 천진암으로 찾아와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는 유명한 일화

도 있지요...

 

이렇게 강학회를 하던 곳이 바로 이곳 천진암입니다.

 

대성당터에서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강학로라고 표시되어있는 길이 있는데

이곳으로 가게되면 한국천주교200주년 기념비가 나오고 그 위로 계속 걸어가면

우리나라의 신앙선조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벽암 이벽(요한), 녹암(鹿菴) 권철신, 만천 이승훈,정약종, 권일신 성조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이벽(요한)의 묘가 가장 잘 꾸며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는

데 그 시절 강학회의 인물들은 이벽을 가장 존경했다는 얘기가 있어서 당연한 것

같더군요...실제로 가톨릭에서도 성조로 모시고 있는 분이시구요.

다산 정약용이 미리 써둔 자신의 묘비의 글에 "이런 자신은

이벽을 추종했고 (從李檗) , 자기 형 정약전 (1758~1816) 은 아주 일찍

부터 이벽을 추종했으며 (嘗從李檗) , 뿐 아니라 권일신 (1742~1792) 은

열성적으로 이벽을 추종했으며 (熱心從李檗) , 이가환 (1742~1801) 역시

이벽을 추종했다 (從李檗)"고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이 성조들의 무덤참배를 하고 내려오는 길은 온통 단풍과낙엽으로 가득하더군요.

비만 오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요..

 

다시 대성당터근처로 오다보면 왼편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곳으로 가면 천진암

여자 가르멜 수도원이 나오고 그 밑으로 가면 성인 정하상 바오로의 묘지와

성인 조일신의 묘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성조의 가족들인 정약종의 가족

과 이벽의 가족 ’경주 이씨’묘지가 있습니다.

가르멜 수도원에서 이 묘지로 가는 길은 산을 한바퀴 빙둘러서 가야하는 길인데

오늘은 비가 와서 좀 많이 힘이들더군요...

 

성인들의 묘지참배를 하고 다시 대성당터로 나와서 반대편에 있는 성모경당에 들어

가서 성체조배를 했습니다. 그 위에는 가톨릭박물관을 짓고 있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구요...

 

천진암성지는 산 하나가 전체다 성지로 되어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만큼 이동하

는데 좀 힘이들구요...하지만 이 성지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의 묘와 그 분들의 흔

적을 만날 수 있다는게 내심 저를 기쁘게 했답니다.

 

그 기쁨도 잠시.... 성지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시간이 일정치 않아

조금 걸어가리고 했습니다. 가게의 아줌마에게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한시간을 기다

려야한다길래 그냥 걸었지요...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춥고...비오고...안걸으면 더 춥고...경치좋은 것 빼고는 정말 지쳐버리는...

그렇게 퇴촌까지 걸어와서 버스를 타고 광주로 왔지요..

광주에서 다시 좌석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거기서 신촌으로 ...신촌에서

강화도로...휴~~ 오늘이 지금까지 중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이곳 강화도에 있는 황사영생가터와 갑곶돈대를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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