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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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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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4-04-24 ㅣ No.171787

비행기를 타면 좌석이 늘 신경 쓰입니다. 저는 주로 창가보다는 복도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창가에 있으면 화장실 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에 가려면 복도 쪽에 있는 분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복도 쪽에 있으면 원하는 때에 화장실에 갈 수 있고, 옆에 있는 분이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성지순례에도 복도를 원했습니다. 다행히 복도 쪽으로 좌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좌석을 찾았는데 제 자리에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항공사에서 착오가 있었는지 그 사람도 저와 같은 좌석번호였습니다. 항공사 직원이 오더니 착오가 있었다면서 제게 새로운 좌석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좌석이 복도 자리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제 옆으로 두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옆에 두 좌석이 비어 있다는 것의 의미는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11시간이 넘는 시간을 아주 편안하게 거의 비즈니스 좌석의 수준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부활 선물로 편안한 좌석을 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했습니다.

 

메주고리예에 도착해서 발현산을 올랐습니다. 저는 뾰족한 바위산을 오르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올랐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을 들것으로 모셔 가는 분도 보았습니다. 보지 못하는 사람을 부축해서 올라가는 분도 보았습니다. 가는 길에 묵주기도를 할 수 있도록 환희의 신비 5단이 청동으로 있었습니다. 저와 순례자들은 묵주기도를 하면서 성모님이 발현했던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성모상이 있었는데 성모상이 그곳에 모셔진 사연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이 발현산을 올랐고, 그분들의 자녀 중에 아픈 아이가 있었는데 치유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비행기 좌석이 좋은 곳으로 옮겨져서 감사했다면, 아픈 아이가 기적적으로 치유된 부모님은 얼마나 감사했을까요? 순례자들은 아이가 치유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모상을 모셨다고 합니다. 성모상 주변에는 많은 순례자가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성모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하늘에는 둥근 해무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저와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하늘을 보니 하늘도 순례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복음이란 무엇입니까? 기쁜 소식입니다. 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쁜 소식을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였습니다. 초대교회에서 기쁜 소식은 예수님께서 전한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께는 세상의 나라와는 다른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달랐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말씀과 표징을 보았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도 기쁜 소식이었지만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이 새로운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도 기쁜 소식이었고, 그분께서 하신 산상 설교도 기쁜 소식이었고, 그분께서 보여주신 표징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건들이었습니다. 죽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초대교회 공동체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였습니다. 그것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진정한 기쁜 소식은 예수님은 죽었지만 부활하여 지금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박해를 이겨낼 수 있게 하였고, 그 믿음이 순교를 영광으로 생각하게 하였고, 그 믿음이 땅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죽음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모시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무엇으로부터 구원하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 죽음, 으로부터의 구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소 돌아가셨지만,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40일 단식기도 후에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지만 모두 물리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우리에게 기쁨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으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높여 주실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런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고, 하느님 오른편에 계시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마르코 복음 사가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 십자가의 영성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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