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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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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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 [ppebble] 쪽지 캡슐

2002-05-14 ㅣ No.6337

 

힘내그라..

 

 

 

여고 2학년 때 아버지가 안 계신 우리집은 밥도 겨우 먹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1년치 공납금이 밀려 서무실 직원에게 불려다니며 창피를 당하던 나는

 

견디다 못해 담임선생님께 자퇴를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얼굴색이 검고 입술이 두툼해 깜쌍이란 별명을 가진 담임선생님은

 

묵묵히 내 말을 듣더니 다음날 엄마를 모셔 오라고 하셨다.

 

이튿날 엄마와 얘기를 끝낸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나는 얼굴이 홍시처럼 발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니 밥 굶어 봤나? 아니요.."

 

"엄마는 계시제?" "예..."

 

"어려서부터 부모 없이 배 곯아 가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교까지 졸업해

 

고등학교 국어선생이 된 청년이 있다.

 

그기이 바로 내다. 가난한 거는 죄가 안 된다. 힘내그라. 알았제?"

 

예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선생님은 나만 울린 게 아니었다.

 

교무실에서 거친 우리 엄마의 두 손을 꼭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고등학교는 꼭 졸업시켜야 한다는 바람에 엄마는 아무 말씀도 못하고

 

눈물만 찔금거리다 나왔노라고 하셨다.

 

그 뒤로 졸업 때까지 선생님은 당신의 월급을 쪼개어 공납금을 대주기도 하셨고

 

공부도 그리 썩 잘하지 못하는 나를 ’학비감면 대상자’로 처리해 주셨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 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해, 선생님 말씀처럼 내 밥벌이는 물론이고

 

어린 동생 셋과 엄마를 돌보며 우리집 가장 역할도 충실히 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니 밥 굶어 봤나? "

 

"엄마 계시제? 힘내그라"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결혼해서 몇 년 동안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을 잃고 어린 자식들을

 

부둥켜안고 울다가 문득 잊고 지내던 그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살 수 있다.

 

내 가슴속에 선생님이 켜 주신 호롱불이 있는 한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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