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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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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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1-03 ㅣ No.6217

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오 2장 1-12절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향기와 흔적>

 

제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토요일과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KBS1에서 하는 KBS 스페셜입니다.

 

오늘은 취업난으로 전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회사 운영이 어려울 때 경영자들은 가장 먼저 머릿속에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떠올리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하면서 의식전환을 촉구하고 있었습니다. 노사간의 대타협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상을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좋은 예로 주식회사 "유한 킴벌리" 를 예로 들었습니다. 위기가 닥치자 이 회사는 감원 대신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찾았답니다. 회사를 24시간 풀로 가동시키면서 근무조를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변화의 초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급여가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근로자들의 양보를 바탕으로 여가활용을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생산력은 점점 증대되어갔고 임금 수준은 오히려 더 높아졌답니다.

 

공장장실에 붙어있는 기구조직도를 카메라맨이 잡았었는데, 아주 특별한 기구조직도여서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보통 회사나 조직의 기구조직도는 최고책임자나 경영자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는 것이 보통인데, 이 회사 기구조직도는 정 반대의 형태인 역삼각형이었습니다.

 

가장 밑에 공장장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있었고, 위로 올라가면서 중간 관리자, 그리고 평사원순으로 사진과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기구조직도에 대해서 공장장은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관리자는 사원들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고, 또 그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섬기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양의 조직도가 나온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구세주 하느님께서 최초이자 공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이 세상에 드러내심을 경축하는 축일입니다.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와 꼭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분, 자신을 낮추시어 우리와 똑같은 조건을 취하신 분이 우리 눈앞에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와 계십니다.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는 전지전능한 하느님께서 인간의 연약함을 몸에 지니시고 겸손하게 우리 앞에 와계십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과 슬픔, 한계와 나약함을 스스로 선택하신 연민의 하느님께서 우리 앞에서 미소 짓고 계십니다.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은 자신의 온 몸을 통해 구세주 하느님의 겸손과 자비를 이 세상에 보여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오늘 이 감사의 축일에 우리가 취할 태도는 오직 한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온 몸으로, 우리의 생활로 구세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경영자나 간부들이 직원들의 방패막이, 섬기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 회사 경영자의 모습에서 겸손하신 아기 예수님의 흔적을 느낍니다.

 

아랫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 각별한 사랑을 지닌 그 회사 경영자들의 인간미 넘치는 사랑을 통해서 예수님의 겸손하신 마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그분들은 자신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그 자체로, 매일의 생활 그 자체로 아기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세상 앞에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삶과 자신의 일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겸손과 자비를 이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통해 주님 공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매일의 삶을 통해 주님 공현에 기여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충실함을 통해서, 복음정신에로 돌아감을 통해서, 예수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종함을 통해서 우리 역시 주님 공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우리 존재 자체를 보고 하느님을 보게 되고 하느님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불평불만하지 않고 그 고통마저 주님께 봉헌하는 우리의 노력은 십자가상 예수님을 세상에 널리 드러내는 일이자 주님 공현에 가장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남들이 보건 말건, 우리를 인정해주건 말건,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말이 많아도 상관하지 않고, 꾸준히 주님의 뜻을 찾고, 복음이 제시한 길을 묵묵히 걸어갈 때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주님 공현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스스로를 교회로 여기는 일, 각자를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전이자 감실로 여기는 일은 가장 충실하게 주님공현에 참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또 다른 이 한해, 우리가 또 다른 예수님으로 이 세상 앞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예수님의 향기와 흔적을 발견하고 기쁘게 예수님을 향한 신앙여정을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자신의 첫 모습을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 동방박사들에게 드러내 보인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구세주 하느님의 육화사건은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동방, 더 나아가 세상 끝까지 전해져야할 보편적인 일이란 것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 신자가 되고, 하느님 구원의 대상이 된 것에만 기뻐하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육화사건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웃들에게 전하는 이번 한주간이 되길 빕니다.

 

"주 하느님, 오늘 별의 인도로 성자를 이방인들에게 드러내 보이셨으니 믿음으로 주님을 알게 된 저희도 자비로이 이끌어주시어 지존하신 주님을 직접 뵙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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