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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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고를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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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1-09 ㅣ No.6254

1월 9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루가 5장 12-16절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병고를 친구처럼>

 

이 세상 살다보면 누구나 하나씩 감추고 싶은 상처를 몸에 지니게 되지요. 제 왼쪽 발목 아래쪽에도 큼지막한 상흔이 하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엄청나게 부잡했던 저였습니다. 동짓날 천방지축으로 나대다가 그만 펄펄 끓는 팥죽 솥에 왼발 전체를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팥죽에 살짝 데친 이후 생긴 화상자국이지요.

 

특별한 조치는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라 세월이 흘러도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단지 보기만 흉할 뿐이지 불편함이 없기에 전혀 문제없이 살아갑니다.

 

그런데 가끔씩 차분히 앉아서 발을 씻고 있노라면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들, 두려움, 무지막지했던 통증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오늘 상처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유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치유, 중요한 치유는 내면의 치유, 마음의 치유라는 생각 말입니다. 끔찍한 참사를 겪고 난 환자들, 그로 인해 쇼크 상태를 체험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외과적인 치료 못지않게 정신과적인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병으로부터 빨리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환자 본인의 마음가짐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요. 아무리 첨단설비가 갖춰진 현대식 병원에서, 또 명의로부터 치료를 받는다하더라도 반드시 회복되겠다는 환자의 투병의지가 전혀 없다면 퇴원은 요원합니다. 아무리 중한 병, 아무리 악조건 속에서라도 환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기적도 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여러 번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내게 다가온 병고를 친구처럼 맞이하고, 기꺼이 병고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넓은 마음이 치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게 다가온 병고에 대해서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투덜대고, "왜 하필 나한테" 하는 마음으로 짜증내며 지낸다면 자연치유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병고를 보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성격 예민한 친구 다루듯이 부드럽게, 조심조심 우리의 병고를 다루면서 따뜻하게 감싸 안을 때 우리는 병고와 화해하는 것이고, 그 순간이야말로 내적인 치유가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기쁨과 환희의 순간도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슬픔의 순간, 고통의 순간, 죽음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이 고통 반드시 의미가 있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반드시 이 병고를 잘 극복해서 하느님의 영광과 자비를 세상에 드러내겠다는 마음으로 투병생활에 임할 때 하느님께서도 반드시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런 내면으로부터의 기적이 먼저 일어나야 외적인 기적이 동반됩니다.

 

오늘 예수님으로부터 치유된 나병환자 역시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내면의 치유-병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외적, 실제적인 치유의 과정을 겪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나병환자는 치유의 은총을 입기까지 나름대로 잘 준비를 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 앞서 나병환자는 이미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육체의 치유는 일시적인 것임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나병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말끔히 치유시켜주실 분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런 나병환자였기에 예수님이 자신에게 다가오시자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라는 신앙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불치병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실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투병중인 모든 형제자매들이 오늘 다시 한번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임을 통해 내적인 치유를 시작하시길 빕니다. 투병생활이 아무리 고통스럽다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힘을 주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자신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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