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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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제님의 성체조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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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gemmac] 쪽지 캡슐

2001-02-14 ㅣ No.125

이 글은 금년 2월 가톨릭다이제스트에 실린 글을 옮겼습니다.   

 

  빨리빨리 십자가의 길

 

어느 날인가 성전에서 성체조배를 하고 있을때의 일이었다. 그 날 따라 오랫동안 묵상하고 기도 하였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다하여 기도할 수가 없었다.

 3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등 뒤에서  "형제님!"하고 조용히 부른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어떤 자매님  한 분이  서 계셨다 "형제님",저희가 십자가의 길을 하려하는데 혹시 기도하시는데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마음놓고 기도하십시오" 나는 그 분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5명정도 되는 자매님들은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였다.  대략20분 정도 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누군가가 형제님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아까 그 자매님이셨다.’저희들 기도 다 했어요. 이 책 필요하시면 쓰세요."라고 말하면서 ’십자가의 길"책을 나에게 주고 나머지분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셨다. ’기도가 끝났으면 그냥 가시면 되지 구태여 나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묵상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1처에서 방금 간 자매님 5명과 예수님께서 아주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서 계시는 모습이 내 마음 속에 그려지는 것이아닌가! 그 분들은 심혈을 다하여 기도하기 시작하였고 예수님의 이마에서는 피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셨다.

침묵의 시간이 한참 흘렀고 예수님께서는 이제 2처로 가시기 위하여 몸을 일으키셨다.

 

그런데 이제까지 예수님과 같이 기도하던 그 자매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예수님께서는 개의치 않으시고 2처로 가고 계셨지만 나는 그 자매님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한참 성전을 둘러보고있던 나에게 어떤 분들이 8처에서 9처사이를 100m로 뛰는 육상선수들처럼 있는 힘을 다하여 뛰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금방까지만 해도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님과 함께 1처에 있었던 그 자매님들이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정말 주님과 함께 주님의 고통을 묵상하면서 십자가의 길을 따르려 하였지만 이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도대체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밥도 하지 않고 어딜가 있는 거야."하는 남편의 소리, "엄마, 빨리와,동생이 몹시 아파해요" 하는 딸의 목소리 , 온갖 집안의소리 , 아프신시어머니 걱정,친구가 전화한다 그랬는데 ....등등의 세상 걱정거리가 그들을 덮쳤던 것이었다. 예수님의 고통? 십자가의 길?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직 그들 가정이 더 큰 십자가였고 이 세상이 더 큰 고통인 것이었다

’십자가의 길이 왜 이렇게 길어?’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 뛰기 시작하였고 예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각 처마다 고통스럽게 십자가 지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슬쩍 곁눈질하며 그들은 또다음 처를 향해 열심히 뛰어갔다.

 

마지막 14처를 끝내며 그들은 이렇게 기도하였다. ’

주님! 오늘도 이렇게 기도할 수 있는, 당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허겁 지겁세상으로 돌아갔고 처음 그들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띤체 함께 하셨던 예수님은 이제 막 3처에 도착하셨다. 여전히 이마에는 구슬같은 피와 땀으로 얼룩져 끈적한 액체물로 뒤엎여 있었다.

 

나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예수님, 그 자매님들이 다음에 또 오겠대요."

"그래? 그 세상의 많은 일들 가운데서도 나를 기억해주고 다음에도 또 오겠다니 얼마나 착한 이들이냐? 그들을 축복한다."...이하 글 생략.

 

이 형제님의 묵상체험을 통해 잠시  우리의 모자란 신앙 행위에도 더 이해깊으신 사랑으로 바라보시는 주님을 향해  함께 기도하고,함께 힘든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도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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