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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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관을 팔아버린 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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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1-27 ㅣ No.296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제자들이 예수님으로 인해 겪게 될 박해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격려의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주겠다. 끝까지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얼마 전에 영적독서로 읽었던 "가난한 이들의 추기경, 빠울루 안즈"(골드슈타인 저, 김용호 역, 분도출판사)의 일생이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번 이분의 전기를 훑어보면서 이분의 삶이야말로 마지막 날을 가장 잘 준비했던 삶, 끝까지 참고 견디어냈던 삶, 그래서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획득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73년 3월 안즈는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교구인 브라질 사웅 빠울루 교구의 대주교이자, 추기경에 서임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을 극진히 사랑했던 안즈 추기경은 대주교직에 착좌하자 마자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있었는데, 궁전 같은 주교관을 파는 일이었습니다. 추기경은 즉시 주교관을 한 일본회사에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빈민들과 이웃한 낮은 담장의 한 평범한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궁전 매각을 통해 생긴 수입으로 추기경은 자신이 오래 전부터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빈민굴 지역에 위치한 수 백 군데의 땅이나 판잣집을 사거나 빌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수백 개의 기초 공동체를 건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즈 추기경은 브라질의 군부가 자행하고 있던 민주인사들에 대한 박해와 고문, 연행과 구속에 대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고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더욱 안즈 추기경을 돋보이게 한 것은 당시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참담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가 브라질의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제나 안즈 추기경은 가난한 자신의 동포들, 고통받는 이들, 억울한 일로 눈물 흘리던 형제들을 크게 감싸안던 커다란 울타리 그 자체였습니다.

 

안즈 추기경은 자신이 선포하는 복음 때문에 자주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즈 추기경은 군부에 맞서서 진리와 정의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1984년 가을 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살인특공대"의 두목으로부터 "기회만 오면 죽여버리겠다"는 공개적인 협박을 받습니다. 그는 이미 반정부인사 50여명을 암살했던 전문가였습니다.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즈 추기경은 가난한 이웃들의 나팔수 역할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85년, 가난한 동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았던 안즈 추기경의 노력에 힘입어 브라질의 군부통치는 그 막을 내리게 됩니다.

 

로우렌스라는 한 기자는 참으로 소박했던 안즈 추기경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 많은 유명인사들, 예술가, 연예인, 정치가, 주교, 사제, 중산층들이 번잡하고 성가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이름을 전화번호부에 게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즈 추기경의 전화번호나 주소는 전화번호부에 잘 나와있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집을 찾아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평범한 동네에 위치한 한 목조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기 위해 4-5차례, 그의 집을 찾아갔었는데, 그의 집은 경비하는 수위도 없었다. 경비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만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진정 그의 집은 가난한 이웃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추기경의 집 초인종을 눌러댔고, 잠시 기다리면 예외 없이 평상복 차림의 한 수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청한다. 나는 브라질인으로서 또 가툴릭 신자로서 우리 대주교를 진정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그 어렵고 암울했던 지난 시절, 끊임없이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 넣어준 참목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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