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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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뜬 새벽별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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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03 ㅣ No.3106

1월 4일 금요일-요한 복음 1장 35-42절

 

<그때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마침 예수께서 걸어가시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가신다"하고 말하였다.>

 

 

<홀로 뜬 새벽별의 고독>

 

부족했지만 몇년간 나름대로 정성껏 돌봐왔던 한 아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한 아이가 취직이 되어 저를 떠날 때의 일이었습니다.

 

떠나가기 몇일 전부터 만갈래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저 녀석, 아직 애긴데...그 힘든 회사 생활 잘 버텨낼려나?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그냥 여기 계속 두는게 좋지 않을까?" 떠나보내 놓고 한 몇일 안절부절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정들었던 아이, 오래 한솥밥을 먹던 아이를 거친 세상의 한 복판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애지중지 교육시켜왔던 자신의 두 제자 시몬과 안드레아를 예수님께 인계합니다.

 

보다 큰 스승, 진정한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자신의 제자들을 인도한 세례자 요한의 심정 역시 여러 갈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야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다는데서 오는 안도감, 성취감도 무척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제자들과의 이별에서 오는 아쉬움, 이제 자신은 사명을 다했으니 미련없이 무대 뒤로 사라져야하는데서 오는 섭섭함도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미련없이 돌아섭니다. 그리고 또 다른 머나먼 길을 떠나갑니다.

 

세례자 요한의 떠나가는 뒷모습에서 진정한 예언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언자의 길은 새벽녘에 홀로 뜬 샛별처럼 언제나 외롭습니다.

예언자의 길은 사막 한가운데를 걷는 은수자처럼 언제나 고독합니다.

그러나 예언자는 언제나 자신이 떠나야 할 시간을 잘 알기에,

떠날 시간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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