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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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는 십대들에게 /Sr.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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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mic2885] 쪽지 캡슐

2013-03-11 ㅣ No.76104

새 학기를 맞는 십대들에게



글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봄을 닮은 청소년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새 생명, 새 출발, 새 마음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새봄입니다. 
얼마 전에 책방과 문구점엘 들렀더니 
새 책, 새 노트에 사려고 붐비는 이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와야 했습니다. 

학년과 학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결심과 희망으로
책가방을 챙기며 설레었던 나의 여학교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과목도 더 많아지고 경쟁도 더 심해져서 
학교에 간는 일 자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학교라는 배움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은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새봄과 더불어 새 학년이 된 여러분에게 나는 오늘 벗으로서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학교에서 나는 모든 친구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도움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내가 먼저 그의 좋은 친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 때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꾸준히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아는 어떤 학생은 자기가 복사한 유인물을 친구와 함께 나누어 가질 경우 원본이나 잘 보이는 부분은 친구에게 먼저 주고, 자기는 그 다음 것을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감동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둘째는, 공부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심부름을 하든지 그 어떤 종류의 일을 하건간에 그저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기쁘게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하자는 것입니다.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고 한 동양의 고전 <대학>에서의 말처럼 마음이 없이 건성으로 하는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해나 새 학기와 같은 새로운 계기가 올 때마다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우리가 다져 먹는 '새 마음'이란 것도 결국은 무슨 일이나 함부로 해치우지 않고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하겠다는 다짐이요,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들조차도 짜증이나 불평이 아닌 감사로 받아 안겠다는 겸허하고 새로운 마음일 것입니다. 셋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슬기롭게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입니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늘 준비성 있고 계획성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한다면 바쁜 중에서도 은은한 기쁨이 샘솟는 매일이 될 것입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지 않고 제때 제때 행하는 습관이 몸에 밴다면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하고 싶은 것으로 변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이러한 제 말을 잔소리로 듣지 않고 좋은 말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귀'를 가지셨으리라 믿습니다. 소나무, 회양목, 히말라야송 등의 상록수들이 유난히 많고, 봄의 꽃들이 다투어 피며, 귀여운 까치들이 자주 날아드는 이 남쪽(부산)의 수녀원 정원에서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봄 인사를 전하며 헤르만 헤세의 시 <봄의 말> 첫 구절로 이 편지를 끝맺습니다. 어느 어린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바를, 살아라, 뻗어라, 피어라, 바라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 -「 꽃삽」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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