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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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의 편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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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경 [deepsky] 쪽지 캡슐

2000-10-09 ㅣ No.1871

단 두줄의 편지.....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술에 취했다 하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손찌검까지 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아버지는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때 부터 늘 술에 빠져 지내셨다  

 

그날도 아버지는 잔뜩 취해 어머니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고 계셨다.  

 

그런 모습에 화가나 폭발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발 그만 좀 해요.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 ’  

 

엄마 불쌍한 사람이다.너희들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  

 

맨날 그런 말 하면서 왜 엄말 그렇게 못살게 굴어요.  

 

아버진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  

 

그 일이 있고 나는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아버지도 그 동안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으셨는데  

 

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다  

시 술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찾으니 어서 가 보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실망이 컸던 나는 내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안절부절못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안방으로 건너갔더니 아버지는 이미 잠들어 계셨다.  

 

잠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쇠약해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늘어진 눈꺼풀,푹패인 볼, 내려앉은 어깨, 핏줄이 심하게 불거진 가느다란 손....  

 

돌아서 나가려는데, 아버지 옆에 하얀 종이쪽지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매만졌는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종이를 펼쳐 든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막내에게, 미안혔다’라는 단두 줄의 편지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아버지는 삐뚤어진 글씨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적어 보인 거였다.  

 

그리고 그 옆에 다 부서져 버린 초코파이가 있었다.  

 

눈도 안 맞추고 말도 하지 않았던 며칠동안,마루에 앉아 주머니 속에서 자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속으로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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