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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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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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6-20 ㅣ No.3779

연중 제 11주간 목요일-마태오 6장 7-15절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석양>

 

임종을 앞 둔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서녘 하늘을 장엄하게 물들이고 조용히 사라지는 석양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발버둥을 치며 죽음을 용납하지 않는 거부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죽음 안내서"란 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임종을 소개한 호스피스 최화숙씨의 경험을 통해 아름답고 고결한 최후를 위해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40대 초반에 암으로 숨진 한 여교수는 이런 편지를 배게 밑에 묻어놓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 밖에 못 키워놓고 하늘나라로 가는 엄마의 마음을 무어라고 표현할 수가 없구나. 아빠의 슬픔을 너희가 깊이 이해해주길 바란단다. 너희를 죽도록 사랑하는 엄마가."

 

생활에 방해가 된다며 중병에 걸린 노모를 2층에서 못 내려오게 했던 한 딸은 막상 어머니가 숨지자 "용서해달라"며 오열했답니다. 노모는 평소에 "관을 2층에서 내려오기가 힘들텐데...내려오다가 부딪치면 안되는데..."라며 1층에서 살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한 아내는 남편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남편의 재혼 상대로 친구의 선배를 소개시켰답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가 어느 순간 "사실은 그게 아닌데...언제까지나 그 이 곁에서 살고 싶은데..."하며 엉엉 울었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는 살아있을 때, 다시 말해서 매일 매 순간, 오늘 이 순간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소중히, 열심히, 조심조심 살아가려는 노력입니다.

 

죽음의 준비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 있는데, 바로 일상적인 용서입니다.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로운 임종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용서가 없는 곳에 언제까지나 억울함과 욕됨과 분노와 수치만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용서는 자신도 살리고 이웃도 살리는 가장 위대한 영웅적인 행위입니다. 용서는 서로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신비로운 묘약입니다. 용서는 서로를 살아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입니다. 용서는 서로를 건설하는 가장 유익한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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