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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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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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9-07 ㅣ No.4018

9월 8일 연중 제23주일-마태오 18장 15-20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칡넝쿨>

 

마치도 칡넝쿨처럼 칭칭 목을 감아 조이는 듯한 삶의 고통 앞에서 괴로워하는 이웃들을 봅니다. 그 분들 앞에서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직 경청과 수용, 공감, 연민...이런 것들만이 그나마 그분들의 상처를 달래는데 유용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도 크나큰 십자가 앞에서 기진맥진해있는 형제들의 고통에 할말을 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앙, 이런 삶의 자세는 한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느님은 믿지 않기로 했어요. 말만 사랑의 하느님, 은총의 하느님이지, 일생이 도움이 안되잖아요?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저런 어린아이에게 큰 고통을 주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벌써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 백 명이 함께 기도했는데도, 낫게 해주기는커녕 병세만 점점 더 악화되어가잖아요?"

 

오늘 복음 말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음 모아 구하면 다 들어주실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서 착각을 해도 크게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계십니다. 성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일 중에 하나가 글자 하나, 문장 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세입니다. 오늘 같은 경우도 오해의 소지가 많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무엇이든 구하면 다 들어주실 것이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 후서에서 권고한 것처럼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가족, 우리 친척들, 우리 동네, 우리 나라만의 유익을 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욕구들을 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에서의 안락함과 부귀영화, 지속적인 만사형통만을 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구해야 합니까? 세상의 평화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일치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인류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살기를 바라는 성숙한 신앙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온유함과 인내심, 감싸줌, 고통의 적극적인 수용, 십자가를 기쁘게 지려는 노력, 고통 가운데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예수님의 가르침, 사랑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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