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초저녁별이 뜰 무렵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0-06 ㅣ No.4132

10월 7일 월요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루가 10장 25-37절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하다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초저녁별이 뜰 무렵>

 

제 하루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순간은 묵주기도를 바치는 순간입니다.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은 매일 공동으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저희 공동체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비가 오지 않는 한 수도원 건물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바칩니다. 초저녁별이 뜰 무렵 선선한 저녁바람을 쐬면서 형제들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그것처럼 큰 영혼의 무기는 다시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축제를 준비하던 형제들이 며칠 전부터 이런 말로 제게 은근히 압력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 축제 준비는 저희에게 맡기고 신부님은 날씨만 책임지세요." 저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습니다. "날씨는 내게 맡기고 준비들이나 잘해!" 그러나 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어제 제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축제 당일 날 비올 확률이 80% 이상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녁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오늘 아침에 눈뜨자 마자 "혹시나" 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였습니다.

 

운동장에 나가보니 미리 쳐놓은 천막에는 물이 잔뜩 고여있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지만 비는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했던 저는 여기 저기 "묵주기도 부대들"에 미리 연락을 해서 "약"을 쳐놓는 한편, 저희 집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너희가 기도하면 분명히 들어주실 것이다. 비 좀 오지 않게 기도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아이들에게 묵주를 건넸습니다.

 

저는 오늘 다시 한번 묵주기도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한 빗줄기는 축제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멎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축제가 끝나는 순간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해전은 가톨릭 교회측이 게임이 안될 정도로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성 비오 5세 교황님의 원의에 따라 신자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며 묵주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는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통한 영광과 승리의 삶을 묵상합니다. 묵주기도를 아주 정성껏 바치면 그것보다 더 좋은 묵상을 또 없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묵주기도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기도, 가장 편안한 기도, 가장 자녀다운 기도이기도 합니다. 마치도 깊은 산골에 있는 한 외딴 오두막 안방에 옹기종기 모인 자녀들이 아버지께 청하는 단순하고 소박한 바램 같은 기도이겠지요. 단 그 바램이 내 안위나 성공만을 위한 바램이 아니라 세상과 이웃을 위한 바램이면 더 좋겠습니다.



2,378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