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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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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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2-25 ㅣ No.4370

12월 26일 목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마태오 10장 17-22절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불과 하루만에>

 

오늘 기념하는 성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그리스도교가 인간적인 시각으로 볼 때 참으로 역설적인 종교이고 때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종교라는 사실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대하게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한 지가 불과 하루 전인데, 교회력은 바로 그 다음날 돌에 맞아 처참하게 죽어간 스테파노 순교자의 죽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서 중동지방에서 있었던 즉결재판을 통한 사형장면을 바라보면서 끔찍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형장면은 스테파노의 순교를 연상케 했습니다.

 

사형 판결이 나자 주변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그 죄인을 들판으로 몰고 갔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미리 준비된 주먹만한 돌들을 양손에 들고 야구공을 던지듯이 그 사람을 향해 전력투구했습니다. 어떤 돌은 빗나가고 어떤 돌은 어깨에 맞고 어떤 돌은 이마에 맞아 피를 흘리게 했고, 어떤 돌은 가슴에 맞아 그를 쓰러지게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무수한 돌에 맞아 여기 저기 피를 흘리며 서서히 죽어 가는 그 모습에 눈을 다 가릴 지경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스테파노 순교자는 초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기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질구레한 모든 일들을 뒷바라지하던 부제였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주 생활에 차질이 없도록 여러 가지 살림살이, 식량조달, 금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리로 하루 종일 바빴습니다.

 

그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스테파노는 시간을 쪼개 기도하며 하느님 현존 안에 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스테파노의 열렬한 증언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는 이미 살아 생전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뵙는 듯이 살았다는 것입니다. 매일을 충만한 하느님 체험 안에 살았다는 것입니다.

 

평소 전혀 하느님 체험도, 기도 생활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그 긴박한 죽음의 상황에서 차분하게 "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 하느님을 전혀 의식하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늘이 열리는 광경을 볼 수 있겠습니까? 평소 전혀 하느님 뜻에 따라 살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오늘 고통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고통인 죽음의 고통을 잘 참아냄을 통해 영광스럽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신 스테파노 순교자의 축일에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고통은 모든 인간 실존의 현실입니다. 고통이란 절대로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고통을 잘 승화시키면 하느님께 바치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됩니다. 고통은 결국 우리가 하느님께 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가이드입니다.

 

그리스도교는 고통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고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예수님의 고통스런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치워버리려 오신 것이 아니고 고통을 설명하러 오신 것도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 현존으로 고통을 채우러 오신 것입니다"(클로텔).

 

예수님께서는 비록 고통을 제거하지는 않으셨지만 고통을 겪는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우리 삶에서 눈물을 없애지는 않으셨지만, 우리가 흘리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십니다.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환난을 겪겠지만 힘을 내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습니다"(요한 16,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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