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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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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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4-03-11 ㅣ No.170498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입니다. 73세였던 김대중 후보는 상대적으로 고령의 나이였습니다. 그때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 내세운 선거 전략은 준비된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대중 후보는 오랜 시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투옥되어 교도소에 갇혀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김대중 후보는 교도소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자신의 사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도소는 학교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납치되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후보를 인동초(忍冬草)’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참아내며 피어나는 풀이라는 뜻으로 모진 어려움을 견뎌내고 뜻을 이룬 사람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생활하는 조건으로 교도소에서 풀려난 김대중 후보는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유수의 정치인들과 교류를 맺었습니다. 그분의 영어 인터뷰를 보았는데 발음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지만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영어를 구사하였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후보는 마침내 4번의 도전 끝에 1997년 대한민국의 15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과 같이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초로 노별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IMF 경제위기로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민국 경제를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전 국민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고, 고강도의 구조조정으로 IMF 경제위기를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 부임하면서 준비된 본당신부라고 인사하였습니다. 전임 신부님 두 분이 모두 저와 동창신부님이기 때문입니다. 동창 신부님들이 있었기에 예전에 몇 번 방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님의 초대로 교우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동창 신부님들이 12년간 사목하던 곳이어서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작년에 부임한 보좌신부님은 제가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쳤습니다. 영어를 잘 하는 보좌신부님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한국에서 바로오지 않고 5년 동안 뉴욕에 있으면서 미국생활을 경험했습니다. 미국에 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을 이미 다 거쳤습니다.

 

쇼셜넘버를 5년 전에 받았습니다. 미국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 중에 하나인 운전면허증도 5년 전에 받았습니다. 미국 은행에서 발행해준 신용카드도 받았습니다. 2년 전에는 신문사에 있으면서 그린카드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적어도 외적인 면에서는 준비된 본당신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적인 준비는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심지도 않고 거두려는 성급함이 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때로 불안과 초조가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곤 합니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처럼 멀리보지 못하고, 작은 것들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약하고, 부족했던 제자들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에 도망치고,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평화성령을 주셨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예수님께 의탁하며 지내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벳자타 연못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준비된 사람을 보았습니다. 38년간 누워서 지내야 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벳자타 연못에 들어가서 병을 고치고 싶었지만 아무도 데려다 주지 않아서 연못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38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벳자타 연못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몸은 물론 영혼까지 깨끗하게 치유해 주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38년간 눈물로 지내야 했던 사람의 고통을 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38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려 했던 사람의 의지를 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건강해 지고 싶으냐?” 38년 동안 누워있어야 했던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38년간 누워있었던 사람은 건강한 몸으로 일어나 자리를 들고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는 우리를 주님과 더욱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은혜로운 회개의 때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남은 사순시기도 기도와 자선, 희생과 단식으로 영적인 준비를 경건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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