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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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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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1-04 ㅣ No.4397

1월 4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요한 1장 35-42절

 

"그때에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마침 예수께서 걸어가시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가신다>하고 말하였다. 그 두 제자는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갔다."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더라!>

 

어디든 좋으니 "바깥바람 좀 쐬게 해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봉고 차 두 대에 나눠 탄 저희는 서해 바다 구경을 떠났습니다. 서해대교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서산 IC를 빠져나가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만 갔습니다. 갑자기 퍼부은 눈으로 도로는 빙판길이 되었고, 저희는 오르막 국도 하나 제대로 넘지 못하고 소박한 꿈을 접어야만 했지요.

 

아찔아찔한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위기를 넘기고 돌아오니 다들 걱정들이 대단했답니다. "고생 많으셨죠? 대설주의보 소식에 이어 계속 들려오는 접촉사고 소식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니 정말 기쁩니다."

 

형제들의 그 따뜻한 마음에 하루의 피로가 깨끗이 가시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파른 언덕길에서 한번 섰다가, 다시 출발할 때의 그 아슬아슬했던 순간들, 눈길 위에서 휘청휘청하다가 중앙선을 넘어갔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형제들의 기도가 느껴졌습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가족이란 무엇보다도 "걱정해주는 사람들"인 듯 합니다. 눈앞에 안보일 때 "어디 갔을까? 밥이나 챙겨먹나?" 걱정해주는 사람, 아플 때 방문 한번 노크해 주는 사람, 병원 가보자고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가족입니다.

 

오늘 저녁 식사시간, 휴가를 떠났던 아이들이 다들 돌아와 오랜만에 식당이 사람 사는 것 같았습니다. 휴가 갔다온 이야기들, 바다구경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온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휴가 갔다온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면서 이런 말을 해주었더니 얼마나 기뻐들하던지요. "**야! 휴가 잘 갔다왔냐? 그런데, 네가 없으니 기숙사가 잘 안 돌아간다. 네가 없으니 기숙사가 텅 빈 것 같았어. 네가 없으니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더라!" 아이들은 제 말이 약간 오바끼가 섞인 말, 약간의 뻥이 가미된 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들 기분 좋아했습니다.

 

쑥스러워 웃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저는 이런 한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올 한해, 아이들에게 보다 자주 기분 좋은 말, 힘이 나는 말, 격려가 되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을 하자"는 다짐 말입니다.

 

<복음 이야기>

 

오늘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통해서 참스승, 참교육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참된 스승은 배움의 단계에 있는 제자들에게 성심 성의껏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전수해주는데 최선을 다하겠지요. 그러나 참스승은 제자들을 자기 소유로, 자기 계보로, 자기 휘하의 세력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제자들에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묶어두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했다고 여겨지면 즉시 자기 보다 더 큰 스승에게 안내합니다. 참스승은 제자들이 자신을 뛰어넘도록, 자신을 능가하도록, 자신을 극복하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례자 요한은 스승 중의 스승, 참스승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제자 양성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때가 왔음을 알았을 때 미련 없이 제자들을 더 큰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인계합니다.

 

자신의 사명, 신원, 부족함, 한계를 잘 파악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은 자기보다 더 크신 분, 자기하고는 게임도 안될 정도로 탁월한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자신의 제자들을 인도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한치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자신이 고이 키운 제자들을 멀리 멀리 떠나보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을 통해 참 스승, 참 수도자, 참 사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묵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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