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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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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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11 ㅣ No.170493

[사순 제4주간 월요일] 요한 4,43-54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헤로데의 측근으로서 큰 권력을 누리던 한 관리가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와 같이 가서 아들의 병을 고쳐달라’고 사정합니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만큼 아들의 병이 위중했기에, 그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예수님께 매달렸던 겁니다. 하지만 그 간절함에 비해 그가 지닌 예수님께 대한 믿음은 아직 깊어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계심을 믿으면서도 그분이 자기 집에 가서 아들을 직접 봐야만 치유할 수 있다고, 아들이 죽고 나면 아무리 그분이라도 어쩔 수 없다고 무의식 중에 그분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었지요. 전능하신 하느님을 인간의 얕은 지식과 좁은 사고 안에 가둬두려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그의 청을 거절하십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치유 자체를 거부하신게 아니라, 그 관리가 제안한 방법을 따르기를 거부하신 겁니다. 그의 집까지 함께 가시는 대신, ‘말씀’으로 그 아들을 치유하시지요. 물론 그렇게 하신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이유입니다. 아들의 상태가 매우 위중한데 그 관리의 아들이 있는 집까지 걸어가려면 적어도 7-8시간은 걸릴터였습니다. 그 아들이 그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당신이 직접 가시는 대신 ‘말씀의 능력’을 활용하시는 쪽을 택하십니다. 일종의 ‘원격치료’인 셈입니다. 둘째는 ‘신앙적’인 이유입니다. 그 왕실관리가 청하는대로 그의 집까지 가서 그 아들을 고쳐주신다면, 예수님께 대한 그의 믿음은 더 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원래 알고 있던대로 예수님을 능력있는 ‘치유자’ 정도로 생각했겠지요. 그랬다면 그와 그의 가족이 구원받을 기회도 사라졌을 겁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은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그 왕실관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떠나갑니다. 만약 그가 말씀에 순명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말대로 해달라고 고집을 부렸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가 예수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그 아들이 죽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랬다면 아직 믿음이 얕은 그는 예수님을 원망하고 미워했겠지요. 주님의 뜻에서 멀어지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는 걱정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단 예수님 말씀대로 따르는 쪽을 택합니다. ‘보고서야 믿는 믿음’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도 일단 먼저 믿는 단계로 올라선 겁니다. 그랬기에 말씀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여 자기가 예수님 말씀에 순명한 바로 그 순간 아들의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와 그의 가족 모두가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믿게 됩니다.

 

기적은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려고 들면 신기한 ‘사건’으로 끝나지만, 하느님의 섭리를 먼저 믿고 그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표징’이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당신 섭리로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키고 계시지만, 우리가 편견과 고집, 고정관념 안에 갇혀서 그것을 ‘표징’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간절히 매달리면 주님께서 그 마음을 헤아려 주십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이뤄주시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모든 것을 주님 손에 맡겨드려야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고, 그분께서 주시는 그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임을 또한 믿어야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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