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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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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례 [jinalee] 쪽지 캡슐

2008-09-12 ㅣ No.245

 
     
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서민들을 위해 주택 늘리고 종부세 깎아준다”
투기 부추기는 정부·기득권층 ‘대국민 사기극’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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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화는 없다-투기잡는 세금 종합부동산세〉
토지+자유연구소 기획·전강수 남기업 이태경 김수헌 지음/후마니타스·9000원

 


 
» 〈부동산 신화는 없다-투기잡는 세금 종합부동산세〉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땅값을 내리고 건축비를 내려서 주택을 훨씬 싸게 공급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말했다.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하기만 하면 한국의 주택 문제, 부동산 문제는 해결될까. 땅과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치면 노태우 정권 때의 새도시 건설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택지를 조성하고 수많은 아파트를 지었지만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랐고 자기 집 없는 사람들의 비율은 예나 제나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은 남아돈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자기 집 가진 사람들 비율(자가 보유율)은 6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자기 집 없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 건 단순한 수요-공급 차원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대다수는 그게 바로 불로소득을 노린 부동산 투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국민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잠겨 있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남들의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면서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또 기왕이면 좀더 이익을 얻기 위해 쉴 새 없이 서로 눈치를 보며 부동산 투기에 각자 매진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 결과적으로 다수가 투기에 가담해, 누가 투기를 이유로 다른 누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조차 없는 투기공범이 돼버린 나라. 그리하여 한국의 땅값은 이미 오래전에 넓이가 100배가 넘는 캐나다나 유럽 부자나라 프랑스 땅을 몇 번이나 거듭 사고 남을 정도로 뛰었다. 이 아사리판에서 승자는 큰손들이다. 뒤쫓아가려고 아등바등하는 다수의 개미투기꾼들은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큰손들의 게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기회균등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의 양심 바늘 끝을 무디게 만들어주는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은 투기도 결국 공급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현실에선 오히려 투기가 국부적 공급부족 현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투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는 게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지난해 11월 설립된 ‘토지+자유 연구소’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부동산 신화는 없다>(후마니타스 펴냄)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 감세론을 바탕에 깐 대통령의 공급부족론은 문제를 그냥 잘못 짚은 정도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5월30일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갑)은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주고 현행 세대별 합산 과세를 인별 과세로 전환하자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제출했다. 7월24일에는 이종구 의원(서울 강남갑)이 개정안을 냈다. 종부세 적용 집값 하한선을 지금의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며, 60살 이상 1가구 1주택 소유자로 종합소득이 3600만원 이하이고 주택 공시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종부세를 면제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한나라당 의원들 개정안대로 되면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다. 종부세의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면 기존 과세 대상자 가운데 약 60%가 제외되며(2007년 기준), 1주택자를 과세대상에서 빼면 약 40%가 면세혜택을 보게 된다. 또 과세방식을 인별 합산으로 바꿀 경우, 예컨대 부부 공동명의로 된 공시가격 18억원의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남편과 아내 각기 9억원 미만 주택 소유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과세대상에서 빠지며, 18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도 부부 공동명의로 하면 세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고 3명 이상의 세대원 명의로 변경하면 아예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개정안대로 바뀌면 과세대상자는 지난해 37만9천 세대에서 5~6만 세대 정도로 준다. 이 37만9천 세대라는 게 지난해 종부세 납부인원 48만6천명 가운데 주택분 과세대상자 38만3천명에서 법인을 뺀 수치인데, 주민등록상 전체 세대의 2.0%, 주택소유세대의 3.9%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종부세 주택분 납부자의 약 60%는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들이고, 종부세를 내는 고가주택의 실효세율도 공시가격 10억원 주택(시가 약 12~13억원)이 0.52%, 6억원 주택(시가 7~8억)은 0.3%에도 못 미친다. 외국 주요국들은 평균 1% 정도를 낸다. 말하자면 두 의원의 개정안은 전체 세대의 2%, 그중에서도 주로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소수 고급주택 소유자들에게 매겨지는 국제적 평균치 이하의 세율을 더 깎자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일한 대가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향해 질주할 때 그 사회는 지탱될 수 없다. 부자든 빈자든 공멸한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거나 비싼 걸 보유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는 그걸 막기 위해 2005년 12월 여야 합의로 만든 최소한의 장치이자 보유세 현실화의 첫걸음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아파트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종부세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를 “선진국에서는 별로 없다”로 살짝 바꿨고 “종부세가 조세원칙에 맞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국회 인사청문회 때 공언했다. 이런 발언 뒤에는 ‘세금폭탄’이니 ‘부자들에 대한 질투’니 ‘세금 망국’ ‘조세저항’ ‘징벌적 세제’ 따위를 무기처럼 휘두르면서 재테크란 이름의 부동산투기 기법들을 가르쳐온, 광고수익의 20% 이상을 부동산광고에서 얻어온 보수언론들의 집요한 종부세 흠집내기가 도사리고 있다. 보유세 5만원 이하의 가구가 전체의 60%를 넘는 현실에서 보유세 강화를 서민 고통 증대와 연결시키는 것은 서민들의 피해의식을 볼모 삼아 투기로 돈을 버는 기득권자들의 “대국민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연구소 시각이다.

<부동산 신화는 없다>는 그런 흑색선전의 허구성을 밝히고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강화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토지투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보여주고자” 썼다.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보유세가 이미 높다, 보유세가 전가돼 서민 주거비를 오히려 올린다, 종부세 때문에 부자들이 돈을 쓰지 못해 경기가 더 침체된다, 종부세를 국세로 한 것은 지방의 과세 주권 침해이며 이중과세다, 1가구 1주택자에게도 중과하는 것은 징벌적 세금이다,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건 쫓아내자는 짓이다, 국민 다수가 종부세를 반대한다,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로 부동산시장이 동결돼 서민 생계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들은 다 사실이 아니다. <부동산 신화는 없다>가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또다른 공범, 보수언론과 시장만능주의자들

 

토지+자유 연구소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강화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세력으로 ‘조중동’(조선·중앙·동아)과 시장만능주의 학자들을 들었다. “후자는 전자에게 이론적·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주고, 전자는 후자가 제공해 준 논리라는 뼈대에 살을 채우고 옷을 입혀서 대중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06년 1~11월 기간에 이 세 신문에 실린 부동산 관련 사설은 모두 84건, 칼럼은 61건이나 됐는데, 그 가운데 ‘세금폭탄론’을 주장한 게 사설은 42.9%, 칼럼은 50.8%나 됐다. 이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건 공급확대론과 규제완화론뿐이었다. 연구소는 조중동 주장 특유의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우선 정부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악의적인 용어(세금폭탄 따위)를 만들어 공격하는 한편 공급확대론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을 지면에 대거 등장시켜 정부 정책에 ‘좌파’, ‘사회주의적’, ‘반시장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예언한다. 이런 기사를 계속 접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서민들은 영영 집을 못 살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조중동의 예언이 점점 실현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조중동에 동조하면서 상호 증폭과정을 거치며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당시) 내의 정책 후퇴론을 부추긴다. 시장이 들끓기 시작하고 투기꾼이 기지개를 켠다. 마침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조중동은 자신들 주장이 맞지 않았느냐며 정부를 더욱 거세게 공격한다. 힘 잃은 정부는 공급 부족론을 수용하고 시장은 더 요동친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예언이 완전히 실현되면 조중동은 이번엔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거품 붕괴를 걱정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연구소는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선 시장만능주의자들로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박사,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등 5명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많은 허구와 왜곡을 포함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졌다.

보유세 강화에다 양도세도 중과하는 건 가혹하다는 손재영 교수의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했다.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6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에만 부과된다. 그런데 양도세는 6억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만 과세되기 때문에(6억 이하분에 대해선 재산세 부과) 양도차익의 10%도 되지 않는다. 예컨대 1주택 보유자가 4억9천만원에 산 집을 10년 뒤 10억원에 매각할 경우 양도세 부담은 3800만원, 곧 양도차익의 7.5%밖에 되지 않는다. 양도차익 5억1000만원 중 4억7200만원의 불로소득을 사유화할 수 있는데도 이게 무서워 집을 못 판다는 건 엄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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