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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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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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15 ㅣ No.4756

4월 16일 성주간 수요일-마태오 26장 14-25절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은 사람이 바로 나를 배반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사가는 제자 공동체가 정말 숨기고 싶었던 충격적인 약점-유다의 배신-을 조금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앙의 선배가 저지른 부끄러운 실수를 복음사가들이 적나라하게 기록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오래도록 한번 묵상해봤습니다.

 

유다의 배신은 당시 참으로 충격적인 스캔들이었고, 제자 공동체에 끼친 타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다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제자 공동체의 돈주머니를 꿰차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돈주머니는 아무나 차나요? 사회에서는 가장 능력 있고 가장 검증된 인물에게 회계를 맡기는 것이 보통이지 않습니까?

 

내각에 비유한다면 유다는 여러 장관 중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는 경제부총리 정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유다는 한때 예수님으로부터 각별한 신임과 사랑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제자 공동체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오던 사람이 유다였습니다. 공동체 전체 살림살이를 담당했던 총무가 배신을 때렸으니 그 공동체가 입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지요.

 

결정적인 배반을 때린 유다가 처음부터 배신의 길을 걸었던 것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유다 역시 처음에는 예수님 앞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만은 결코 주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며 목숨을 걸던 사람이었습니다.

 

한때 그렇게 충직했고 그렇게 정직했던 유다가 한 순간에 배신의 길을 걷습니다. 보십시오. 바로 이것이 우리 나약한 인간의 본모습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내가 사제네, 수도자이네, 잘 나가는 단체 간부이네" 하지만 한 순간입니다. 지금은 그럴듯한 저명인사로 살아가지만, 존경받는 고위성직자로 살아가지만 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신과 타락은 일순간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앞에서 시시각각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한 나약한 인간일 따름입니다.

 

지금은 비록 잘 나간다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언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지 모르는 또 다른 유다의 후보자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은 바로 배신을 때린 후에 보여준 베드로의 모습입니다.

 

"그는 땅에 쓰러져 슬피 울었다"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했지만 다시 한번 눈물로 하느님의 자비를 비는 베드로의 모습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배신으로 인한 비참함 속에서도 다시 한번 겸손하게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베드로의 눈물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주님, 보십시오. 한때 그렇게 잘나가던 저였습니다만 오늘 이 꼴을 보십시오. 가장 바닥으로 떨어져서 허덕이는 저를 보십시오.

 

주님,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무엇인가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찾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주님, 당신 날개 그늘 아래 머무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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