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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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는 부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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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6-04-15 ㅣ No.17169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요한 20장 1-9절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 설레는 부활의 아침>



‘초보신부’ 시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소규모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기억해보니 요즘 같은 봄날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꼬맹이’들이 집단으로 가출해서 며칠째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보고, ‘검거’를 위한 안테나를 높이 올려보았지만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정말 당혹스럽더군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순찰 중이던 한 경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을 붙잡아놓았으니 데려가라고.


무사하다는 말 한 마디에 그간의 모든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충만한 기쁨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전화를 내려놓기 무섭게 상상을 초월하는 ‘초스피드’로 달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뛰어다닌 적이 있으십니까? 뛴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 또는 그만큼 대처해야할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들 가운데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합니까?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람처럼 달려갈 것입니다. 꿈에 그리던 사랑하던 사람이 귀국해서 공항에 마중 나가는 길인데, 길이 막혀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부활의 흔적을 목격한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뛰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빈 무덤’을 확인한 마리아 막달레나를 보십시오. 그녀는 이 놀라운 사건을 전하기 위해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갑니다. 너무나 중대한 일이었기에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두 제자들 역시 엄청난 속도로 달립니다.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는 장엄한 예수님 부활의 현장이 펼쳐집니다. 의혹으로 가득 찼던 제자들의 얼굴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충만한 기쁨이 솟아올랐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제자들은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제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예수님의 죽음 이후, 삶이 온통 회색빛으로 변한 사람들, 눈물과 한숨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이 꿈같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달립니다.


예수님 부활의 흔적 앞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오늘 내게 과연 어떤 의미입니까? 예수님의 파스카 축제가 반복되는 매일미사는 내게 과연 무엇입니까? 예수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내 발걸음은 어떻습니까?


예수님 부활의 최초 목격자인 마리아 막달레나가 남겨준 모범을 묵상하며 제 부끄러운 신앙을 돌아봅니다.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때, 끌려가셔서 갖은 모욕을 다 당하실 때, 십자가형에 처해지기 위해 골고타 산을 오르실 때,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위해 높이 매달리실 때, 한때 죽고 못 살겠다던 제자들이나 추종자들은 어땠습니까? 혹시라도 자신에게 미칠 후환이 두려워서 멀찌감치 피해 서있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일단 살고 보자’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리 도망갔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는 겁도 없었습니다.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서지 말라고 위협적으로 만류를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께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손이라도 한번 잡아볼 수 있을까? 혹시라도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예수님을 살려낼 수 있을까? 안간힘을 다 썼습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고 나서 가장 슬피 통곡했던 여인이 바로 마리아 막달레나였을 것입니다. 한동안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겠지요.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해주시던 예수님, 자신에게 새 삶을 부여해주셨던 예수님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안 계시다고 생각하니 사는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녘에 오면 습관처럼 일어나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가던 마리아 막달레나였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랑은 정녕 무조건적인 사랑, 막무가내의 사랑, 앞뒤 따지지 않는 용감한 사랑, 이 세상에서 가장 지고한 사랑, 순수한 사랑, 일편단심의 사랑이었습니다. 이런 그녀의 사랑에 예수님께서도 기쁘게 응답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최초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열렬한 사랑, 주님을 찾는 간절한 심정, 주님으로 인해 설레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은 부활의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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