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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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임은 없는가?(연중 14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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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7-12 ㅣ No.2558

 

 

2001, 7, 12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0,7-15 (열 두 제자의 파견)

 

가서 말하기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고 하며 선포하시오. 약한 사람들은 낫게 해 주고 죽은 사람들은 일으켜 세우며 나병환자들은 깨끗하게 해 주고 귀신들은 쫓아내시오.

 

여러분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시오. 여러분의 전대에 금도 은도 동도 지니지 마시오. 길을 떠날 때에 자루도 속옷 두 벌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시오. 일꾼은 제 양식을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어느 도시나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 안에서 누가 마땅한 사람인지 살펴보고,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무르시오. 집에 들어가거든 그 집에 (평화를 빕니다고) 인사하시오.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여러분의 평화가 그 집으로 가고, 그렇지 못하면 여러분의 평화가 여러분에게로 되돌아오기 바랍니다.

 

어느 누가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분의 말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도시 밖으로 나가며 여러분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시오. 진실히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도시보다 수월할 것입니다.

 

 

<묵상>

 

첫 본당에 온 지 일년 반이 지났습니다. 이제 몇 달이 지나면 다음 소임지로 떠나겠지요. 첫 본당에서 함께 했던 형제 자매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교회의 부르심에 따라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계속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인간적인 아쉬움, 그러나 주님의 사제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의 첫 본당에서의 생활이 항상 기쁨과 희망으로 넘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말할 수 없는 아쉬움과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막막해질 정도로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왠지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빨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어느 누가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분의 말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도시 밖으로 나가며 여러분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시오. 진실히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도시보다 수월할 것입니다."

 

'나는 아무 책임도 없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를 거부한 사람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거야!' 모조건적으로 그럴까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받은 상처, 거부당한다는 느낌, 이 모든 것의 책임이 전적으로 내가 함께 하는 상대방의 몫인가요? 아닙니다.

 

열 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핵심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떠나라'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기쁜 소식과 하늘나라를 전하기 위해서, 이것을 네 소유물로 가리지 마라! '평화를 빌어주어라!'라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요?. 거저 받은 것을 거저 베풀지 않고, 뭔가 반대급부를 생각하면서 나누려고 한다면... 기쁜 소식과 하늘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얼마 안되는 지식과 지위와 재물을 내세운다면... 평화를 빌어주기는 커녕 말과 행동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평화를 깨뜨리려 한다면... 이미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며 미련없이 떠날 자격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거부당하고 배척당할 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커다란 위로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위로는 더욱 쓰라린 자아 성찰을 요구합니다.

 

떠나려 하느냐?

떠나야만 하느냐?

떠나거라!

 

그러나 왜 떠나려 하는지,

왜 떠나야만 하는지 먼저 돌아보아라.

 

네게 상처를 주고 거북하며 배척한 사람이

왜 그렇게 했는지 돌아보아라.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느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고 배척당하기 전에

과연 너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했느냐?

 

네가 나에게서 거저 받은 것을 그 사람에게 거저 주었느냐?

네가 그 사람에게 조건없이 나누어 주어야 할 기쁜 소식과 하늘나라를

너의 소유물, 곧 알량한 지식과 보잘것없는 지위와 값싼 재물로 가리지 않았느냐?

네가 그 사람에게 나의 평화를 나누어 주었느냐?

 

과연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등돌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부터 말이지요.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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