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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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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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1-10-08 ㅣ No.2862

식사를 하다가

수사님 한분이 아일랜드에서 보았던 일을 이야기 하셨다.

수사님이 머물렀던 아일랜드에서는

우리 수도원은 초라하기 그지 없고

까푸친 형제들의 수도원은 엄청나게 번창해 있고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아일랜드에 흑사병과 역병이 창궐하였을 때

우리 형제들은 아주 많이 있었는데

살기 위해 모두 도망을 하였고

그때 까푸친 형제들은 들어와서

병마와 싸우며 주민들을 돌보아주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의 어려움에 함께 하였기에

지금도

그들은 까푸친 수사님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까푸친 형제들은 그들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다고 하겠다.

반면 우리 형제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사마리아 사람을 외면한 사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에도

우리 수도자, 성직자들은

신자들과 주민들에게 진정한 이웃이 못 되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저러한 핑계로

성무를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만나주고 벗이 되어주기보다는

나에게 잘해주고

현실적으로 유익이 되는 사람이나 일만을 찾아서

바쁘다고 하고

꼭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외면하는

그런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가 말이다.

 

누가 성당을 찾아와서

무엇을 요청하면

우선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혹시 나쁜 짓이나 할 위인이 아닌지 먼저 생각하고

도움이 요청되면

다른 데 가서나 알아보라는 듯이

이런 저런 이유를 둘러대며

쫓아버리기에 급급하지는 않는가 말이다.

 

성전은

그 누구나가 와서 영혼의 안식을 되찾고

주님께 하소연할 수 있는 자유 공간이어야 할텐데

말끔한 사람만이

예복을 갖추어 입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

둘러대고 있지는 않는가?

 

수도원에 하루 묵어가자는 사람은

과연 우리 수도원은 쉽게 받아들이고 환대할 수 있단 말인가?

먹을 것을 달라는 이에게

과연 우리 수도원은 쉽게 먹을 것을 차려 대접할 수 있단 말인가?

돈을 달라는 걸인에게

사기친다고 내어좇아버리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 수사님들을 통해서

그런 사기를 당한 경우를 많이 듣게 된다.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었더니 다른 수도원에 가서도 똑같이 그런 식으로 하여

전문 사기꾼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도와주어서

백번 중에 한번이라도 참으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었다면

그게 바로 예수님을 만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핑게를 대기보다는

한번에 1-2천원씩 속고 내어주더라도

혹시 그런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실지도 모를 예수님을 생각하여

흔쾌히 내어주면 안될까?

 

오늘 주님께서는

<너도 그렇게 하여라!>고 하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요것저것 따지지 말자.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지 말자.

저 사람이 유대사람인지 사마리아 사람인지 생각지 말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냥 도움을 베풀자.

도움에는 이유나 구실이 필요없다.

그냥 나의 이웃이라는 이유로,

그냥 예수님께서 원하신다는 이유로

흔쾌히 도움을 제공하자.

 

그래서

정말 우리 교회와 수도원, 가정 모두가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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