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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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짜리 왕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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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3-10 ㅣ No.3368

3월 11일 사순 제 4주간 월요일-요한 4장 43-54절

 

<그 아버지는 그 때가 바로 예수께서 "네 아들은 살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와 그의 온 집안이 예수를 믿었다.>

 

 

<1300원 짜리 왕뚜껑>

 

오늘 오후에는 아이들 몇 명과 함께 산책 삼아 보라매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집에 온지 6개월이 채 안된 아이들이었기에 보디가드 겸 경비 겸해서 제가 함께 갔었습니다.

 

"창피하게 공원은 무슨 공원! PC방이나 가자!"고 계속 우기는 아이들에게 "걷기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겨우겨우 설득해서 보라매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확 트인 넓은 운동장,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미풍을 맞으며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막상 와보니 괜찮네요. 다음 주에 또 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저는 아이들을 공원 매점으로 데려가서 1300원 짜리 컵라면 "왕뚜껑"을 사서 하나씩 손에 들려주었더니 아이들의 입은 찢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작은 호숫가에 옹기종기 앉아 "왕뚜껑"을 후루룩 후루룩 들이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참! 기적이 따로 없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 녀석들, 여기 오기 전에 짱개집이나 주유소에서 7-80십 만원 이상 벌어서 신나게 쓰던 녀석들이었는데...1300원 짜리 왕뚜껑 하나에 저리 좋아하다니..."

 

돌아오는 길에 한 아이가 제게 건네던 한마디 말은 제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했습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제 여기가 점점 살만한 곳이란 걸 느껴요. 그거 아세요? 제가 축구부 가입하고 나서 지금까지 열흘 동안 담배 한가치도 안 피웠다니까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이 안에 활동하시면서 아이를 변화시키는 주님의 손길을 깊이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 안에 가장 은혜로운 일은 변화되는 기적입니다.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에로의 변화, 무의미한 가치에 대한 몰두에서 의미 있는 가치에로의 몰두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큰 변화이자 기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병을 앓고 있는 고관의 아들을 치유시키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푸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당신의 능력을 자랑하거나 과시하고 싶어서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예수님 당신을 파견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예수님 당신이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신 메시아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굳게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육적인 눈을 감고 영적인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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