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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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이 오히려 혹세무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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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석 [rhamian] 쪽지 캡슐

2013-10-10 ㅣ No.225

   오늘 또 얼토당토 않은 글(#222 혹세무민)을 노병규씨가 하나 퍼왔군요. 명색이 최고 발행 부수를 자랑한다는 언론사의 기사인 모양인데(그것도 여론조사팀장이라네요. ^^), 어째 그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글을 보고 "옳다구나.." 생각하니 사고가 한 방향으로 밖에 안 흐르는겁니다.

   해당 기사의 첫번째 내용은 지난 7월에 대화록 실종 상황에서 "대화록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으므로 국가기록원이 정부 여당을 위해 대화록을 숨기고 있다고 본다"가 58%라고 나왔고, 이게 추측을 여론으로 둔갑시켜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여론조사 항목의 가장 큰 의미는 "그만큼 정부기관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라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의미 없는 여론조사가 아니지요. 물론, 설문 문항에 따라 설문조사의 답변 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백번 양보해서 부적절한 여론전을 폈다고 볼 수도 있겠다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스운 것은 두번째 내용입니다.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 폐지가 42%, 종편 유지가 32% 나왔는데, "매우 공정하다"라고 하면서 "종편을 폐지해야 한다"고한 응답자가 30%나 나왔고, "종편을 폐지해야 한다"고 하고선 "종편을 시청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8%가 나왔다며,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응답자가 너무 많아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하는군요. ^^
   이 글을 쓴 사람을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해야할까요? ^^
   조금만 생각해 봅시다.
   종편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공정하지 않아서", 즉 "편파적이어서" 뿐일까요? 대다수의 사람이 종편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편파적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할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편파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극적/외설적인 소재로 만든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공정하다 생각하면서도 다른 이유로 종편을 폐지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또, 종편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종편을 시청하고 있다..라는 사람이 48%라면서 앞뒤가 안맞는다 주장하는 것은 더 웃기지요. ^^ 삼성을 지극히 싫어하면서 삼성 핸드폰을 쓰거나 현대자동차 기업을 욕하면서 현대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그 막장드라마 열심히 챙겨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종편을 시청하지만 폐지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번째 내용은 작년 말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와도 크게 다르다는 것을 가지고 해당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습니다. 이것 역시 여론조사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만한 내용인데요.
   최민희 의원의 여론조사는 시험으로 따지면 객관식입니다. 예를 들자면, 1) 폐지해야 한다, 2)재승인해야 한다, 3) 잘 모르겠다 중에 하나를 고르는 그런 방식이죠. 그러다 보니 폐지 의견 xx%, 재승인 의견 xx%, 무응답 xx% 뭐 이런 식으로 나오는겁니다.
   반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는 주관식에 가깝습니다. 객관식이긴한데 점수를 주는 방식이죠. "종편의 기사/뉴스/시사보도를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고 물으면서 1)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2)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3) 보통이다, 4) 대체로 신뢰한다, 5) 매우 신뢰한다, 6) 잘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선택을 하게 합니다. 이 중에 1) ~ 5) 를 점수로 환산하면 나오는 것이 신뢰도 점수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이다 보니 그에 대한 해석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예를 들어, 재승인(유지)을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신뢰도 조사에서 5점에 해당하는 "매우 신뢰한다"의 비율이 높고, 폐지를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신뢰도 조사에서 2점에 해당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의 비율이 높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설문 방식의 결과를 비교하여 자신이 반대하는 의견의 여론조사를 "신빙성이 없다"라며 까내리는 것은 자칭 1등 신문사의 언론조사팀장이 쓸 글이 아닌 것이지요.
   게다가 한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작년 말의 조사와 올해 7월의 조사의 사이에 종편과 관련하여 한바탕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5.18 날조 사건인데요, 이런 사건이 중간에 있었으니 당연히 종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런 점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네요. 설마 여론조사팀장이라는 사람이 그걸 몰랐을까요? ^^ 이런 걸 악질적이라 하는겁니다. ^^

   언론조사팀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허술한 글을, 그것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기사랍시고 쓴다는게 부끄럽지도 않을까요?
   글을 퍼오는 것은 좋은데, 좀 가려 가며 올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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