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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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서임 후 첫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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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언론홍보팀 [commu] 쪽지 캡슐

2014-01-19 ㅣ No.815

염수정 추기경 서임 후 첫 사목방문

노숙인요양시설‘은평의마을’서 하느님 사랑 전해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성탄에 여러분과 미사를 드리기로 했는데, 그날 사제 장례 때문에 참석하질 못했어요. 그날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러 여기 왔어요. 약속을 지키려던 것이 (현수막에 ‘염수정 추기경’이란 글귀를 가리키며)교황님이 나를 이렇게 임명해주셔서 서임 후 첫 방문이 됐네요. 곱게 한복도 입으시고, 나비넥타이도 매시고 멋진 모습으로 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와~! 추기경님, 반갑습니다.”

 

지난 12일(일)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이 서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19일(일)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마을>(구 시립갱생원, 원장 이향배 수녀?예수의꽃동네자매회)을 방문했다. 이는 추기경 서임 후 교구장으로서의 첫 사목방문이다.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염 추기경은 시설 생활인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은평의마을 제2생활관 5층 강당에서 진행됐다. 은평의마을 생활인들을 비롯해 직원들과 봉사자 가족 등 400여명이 강당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새 추기경을 맞았다.

 

“누가 나를 위해서 남을 아끼고 격려해준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오늘 미사는 바로 그 예수님과 함께 가는 시간입니다. 하느님 뜻대로 서로 사랑하며 살고자 다짐하고 부족하게 산 것을 반성하며 이 미사 봉헌합시다.”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내려놓고 미사에 참석한 시설 생활인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강론 요약.

 

여러분의 마음을 최대한으로 준비해서 하느님 앞에 오신 것에 대해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미사에 오신 분들 중에는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시간 함께해주신 것도 여러분의 넓은 마음이라 생각해요.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각자의 신에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순수하게 종교행사를 한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은평의마을에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또한 은평의 마을 직원 분들과 가족 분들, 그리고 늘 은평의마을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시며 봉사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금의 나를 사랑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것을 오늘부터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미사 때 읽은 성경말씀도 그렇고, 저 역시 이 말을 여러분께 전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해주셨으면 왜 나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드셨을까 생각했을 거예요. 고통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의심하고 유혹에 빠지기 쉬워요. 그런 우리를 위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시는데,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면 불행하게 됩니다. 행복은 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바로 기쁜 소식입니다.

 

용산, 영등포, 서울역에 종종 갈 때가 있는데, 갈 때마다 노숙을 하는 분들이 참 많으셨습니다. 마음 붙이고 사는 것이 행복한 건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집에는 잘 걷지 못하는 분도 많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을 위해 봉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여러분은 이렇게 즐겁게 살고 계십니다.

 

집이 있고, 몸이 성하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건강치 못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평창스페셜올림픽을 일부러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1등만 잘 사는 게 아니었고, 함께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며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모두가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데는 사랑이 중요합니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웃음을 나눠줄 때, 살아가며 갖던 인간적인 어려움을 잊게 됩니다. 어떤 봉사자께서는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본인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서로 돕고 배려하고,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아주 큰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마음을 꼭 지키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빕니다.”

 

이날 미사 성찬의 전례 예식에서 염 추기경은 중증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탄 채 미사에 참례한 시설 생활인을 위해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성체를 입에 넣어주며 이들이 영성체 예식에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는 은평의마을 내 중증장애인시설인 ‘평화로운 집’ 생활인들이 핸드벨 연주로 미사의 깊이를 더했다. 평화로운 집 생활인 15명이 구성한 핸드벨 악단 ‘한소리샘’(지휘자 곽명희 율리안나)은 가톨릭성가 ‘생명이신 천상양식’과 ‘축하합니다’를 연주했다. ‘축하합니다’라는 곡은 가톨릭 사제들의 영명축일 등에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추기경에 서임된 염 추기경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이라고 지휘자 곽명희 씨는 전했다.

 

은평의마을 내 각 시설별 꽃다발 증정도 있었다. ‘은평의마을’, 중증장애인시설 ‘평화로운 집’, 정신장애인시설 ‘은혜로운 집’ 생활인들이 한 명씩 꽃다발을 전달할 때마다 염 추기경은 포옹으로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사를 마치기 전 염 추기경은 시설 생활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추기경’이란 말에는 돌쩌귀, 경첩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느님과 여러분을, 교황님과 여러분을, 여러분과 여러분 사이를, 교회와 이웃을 연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는 아주 강해요. 어려움 속에서 하는 기도이기 때문이죠. 저를 위해서 많이 기도해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 후 생활인들에게 추기경 문장이 새겨진 묵주를 선물로 전했다.

 

미사 후에 염 추기경은 시설 내 중증 환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2층 생활실을 방문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생활인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고, 눈이 보이지 않는 생활인은 일부러 손을 잡아주며 인사했다. ‘이제 식사시간이니 많이 드세요’, ‘재밌게 지내고 계시죠?’, ‘옆에 함께 생활하셔서 두 분은 서로 친하시겠어요’, ‘기도하며 삽시다’ 등 인사를 나누는 가 하면 잠이 든 환자에게는 안수기도(按手祈禱, 축복받을 사람의 머리에 손을 얹어 하느님의 강복을 청하는 기도)로 축복을 빌었다.

 

이후에는 제2생활관 1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시설 생활인들과 떡국을 나누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다.

 

행사를 마치고 생활인 및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염 추기경은 오늘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년 전에도 이곳을 방문했는데, 우리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기 전 봉사하셨던 마리아수녀회를 비롯해 역촌동성당, 서울시청, 은평구청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은평의마을이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시설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남의 아픔을 모른 체 지나가지 않는 마음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대신했다.

 

은평의마을 생활인 이흥우(71)씨는 기념촬영을 마치자마자 염 추기경의 손을 잡고 “수녀님과 복지사들, 함께 먹고 자는 형제들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10년을 지냈는데 정말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이날 미사는 허영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수석비서 겸 서울대교구 대변인), 정성환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권혁준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비서), 백충렬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등 교구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염 추기경이 은평의마을을 방문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김우영 은평구청장 및 서울시청 관계자, 이순자 ? 김미경 서울시의원 등이 참석해 염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은평의마을을 방문한 후 인근에 위치한 역촌동성당(주임 정병조 신부)을 방문해 시립 갱생원이었던 시절부터 은평의마을 결핵환자들을 위해 봉사해준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염 추기경이 <은평의마을>을 첫 사목방문지로 선택한 이유는 지난 해 12월 23일(월)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집전하기로 약속했으나 당일 서울대교구 사제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게 돼 부득이 방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염 추기경은 이번 방문에 대해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약속을 지키러 간다.”라고 지난 16일(목)일간지 종교담당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염 추기경은 2월 5일(수)서울대교구 유경촌 티모테오·정순택 베드로 새 보좌주교의 주교서품식, 6일(목)서울대교구 부제서품식, 7일(금)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을 집전한다. 서품식은 모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이후 22일(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거행되는 추기경 서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16일(일)로마로 출국한다. 염 추기경은 로마에서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을 방문하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시간으로 27일(목)귀국할 예정이다.

 

 

▣ 은평의마을 소개

‘은’혜롭고 ‘평’화롭다는 뜻의 은평의마을(원장 이향배 수녀)은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복지법인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성환 신부)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1961년 6월 1일 설립된 이곳은 시립 갱생원으로 시작했다. 한국전쟁 후유증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서울시가 노숙인들을 위해 설립했다. 그러나 노숙인 수용을 넘어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시는 천주교 마리아수녀회에 운영을 위탁했고, 마리아수녀회를 설립한 소 알로이시오 슈왈츠(1930-1992)몬시뇰이 1981년 시설장으로 부임해 갱생원을 꾸려나갔다. 소 몬시뇰은 같은 해, 갱생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남자수도회 ‘그리스도수도회’를 설립했고, 이후 수도회 수사들이 부랑인들을 돌봤다. 지상 5층 규모 현대식 생활관을 완공한 데 이어 1995년에는 결핵환자를 위한 요양동을 건립했다.

  1996년 3대 시설장 김규한 신부가 취임한 후 시설명을 ‘은평의마을’로 바꿨다. 높은 담벼락과 철조망을 걷어내고, 성모동산과 작은 동물원, 기차 카페를 만들어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이후 전문자활교육센터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생활시설, 중증환자 케어 전담실 등을 갖추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마리아수녀회는 해외지원이 줄어듦에 따라 운영권을 포기했고, 서울시는 2011년 1월 1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운영을 위탁했다.

 

현재 은평의마을에는 1,069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직원 117명이 근무하고 있다.(2013년 12월 31일 현재)

 

은평의마을은 ▲제1생활관 ▲제2생활관 ▲근로작업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노숙인이 자진해 입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입소 요청을 받기도 한다. 지난 한 해만 511명이 입소했다. 노숙생활로 인해 지체장애, 뇌병변 등을 앓고 있는 시설 생활인도 많아 1급부터 6급까지 장애등급을 가진 인원만도 518명에 이른다. 은평의마을은 이들을 위해 환자 치료 및 전문의료기관 입퇴원, 전문복지 의료시설로 연결해주고 있다. 또한 시설 생활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 재활사업, 가족 찾아주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제공 은평의마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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