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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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만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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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eternity7] 쪽지 캡슐

1999-11-21 ㅣ No.800

 

그 분과의 설레이는 첫 만남...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산]  ...

 

그곳을 다녀온지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학교일에 바쁘다 보니  늘  먼산을 바라만 보고 다녔는데...

 

 드디어 산에  올랐습니다.

 

 

신망애집.

그곳엔 정신 지체 부자유자들이 생활하고 계시는 곳이에요.

그중에서 거동을 하실수 있는 분들이 몇달전부터  산행을 하고 계시답니다.

가재리 수도원 수사님들이 인솔해서  도와주고 계시는대요.

봉사자라는 이름으로...함께 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첫 산행에 함께 했습니다,

 

콩닥 콩닥...두근 두근...

 

양재역  3번 출구 앞에서의  만남.

드디어 봉고차 두대가  제 앞에 섰습니다.

가끔 길에서 뵐수 있었던 모습들...

가끔 TV에서 뵐수 있었던  모습들...

 

놀라운것은  제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모습에..

이미 대충 짐작을 하고 와서였는지 몰라도  그저 반갑기만 했어요.

 

   

 

차에 오르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제게 내미는 손들.  악수를 청해오네요.

덥석 그 손을 잡아 악수하면서...그 어떤 벽도 우리들에겐 없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즐거운 맘으로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불곡산을 향했습니다.

신망애집 가족들중 산에 오를수 있는 9분과  수도원 수사님 세분  그리고

신망애 선생님 두분...  우리 봉사자 셋.

 

불곡산에 도착한후 짝을 정해주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산행때 ...그때  한분을 북한산에서 잃어버리셔서...

모두들  애를 태우셨대요.  일주일만에  만난후  어제 산행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죠.  그래서 일대일로  부축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오로 수사님이 호명을 할때마다...

서로 짝이 되는  사람들끼리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제 짝꿍은  정명철씨.

 

말씀도 잘 못하시고  그냥 어떤 외침소리같이  " 엉 " 하는 소리뿐이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약간 절뚝이시는듯도하고....불편하신 분이었습니다.

말씀은 좀 알아들으시는 듯했어요.

 

"명철씨,  제가 오늘  명철씨 짝꿍이에요.  절대  다른데 가면 안되고...

제손 놓치면  안되요.  아셨죠?   전  세실리아  라고 해요. 반가와요"

 

수줍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절 보려고 조차 하지 않으십니다.

쑥스러워서...  

 

산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어찌나  바람같이  빨리 가시려고 하는지...

봉사자인 제가 앞에 서서 가는게 아니라...명철씨가 앞서곤 했어요.

 

 

 

셀수 없이 미끄러지면서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하는 그들의 의지.

명철씨는 얼마나  제 손을 꼬옥 잡았던지   그 육중한 압력에  손이 너무 아팠죠.  또  손톱이 길게 자라  가끔  내 손등을  찌를 땐 정말 아찔할정도.

왼손  오른손 바꿔가면서  그렇게 우리는  산을 올랐습니다. 한마음으로..

 

 

야트막한  암벽을 두번 만났습니다.

정상을 오르기 까지...

긴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었어요.

우리는 머뭇거렸습니다. 잠시..

그리고 몇분에게 의사를 물어보았어요.

" 바우씨...올라갈수 있겠어요?"

" 예...가고 싶어요"

 

어눌한 말투로  그분들중 7분이 가시겠다고 했습니다.

많이 불편하신 2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며  바위 하나를 의자삼아 앉으셨어요.

땀을 흘리며 긴장된 순간들.

몸에 밧줄을 묶고  수사님들과 함께 한분씩  그렇게  오를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릴정도의 감격.

자기 식구가 하나씩 성공할때마다  산을 뒤흔드는 그분들의 환호 소리...

서로 어설픈 말투와 몸짓으로 격려해주는 그들.

 

 

 

제 짝꿍 명철씨는 암벽바위를 다올라선 순간...

절 보고  계속 소리를 질렀습니다.

칭찬해 달라는 소리 같았어요.

이마에 흐른 땀을 제 손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명철씨...너무 잘했어요"  

그저  배시시  웃습니다.   

그 웃음이  푸른 하늘에  되 비치는 듯...

푸른 하늘이 명철씨 얼굴에  비치는듯...   한 없이  푸르른 미소였습니다.

 

 

모두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씩  응어리진듯한  울음소리(?) 비슷하게  산을 뒤흔드는  외침들.

가슴이 저려올만큼  간절한 그들의 기도의 말.

 

 

점심을 먹는시간.

준비해온 김밥과  과일들.

포크를 드렸지만  포크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 봉사자들밖엔 없었습니다.

그들은  손이 훨씬  빨랐어요.

집었다 놓았다 하면서 이것저것 만지다가  입에 김밥이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전... 평소에 비위가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들앞에선  전혀  아무렇지가  않았어요.  참  이상하죠?

집었다 놓은 김밥도  그냥 먹었구요.  음식 욕심 때문에 입에 막 밀어넣은 김밥이  다시 입으로 나오는것을 보면서도 우리들은 맛있게 먹을수 있었어요.

 

이미 우리들 마음은  그들을  향해  열려 있었나봅니다.

 

 

우진호씨.

그분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산 정상에서  들려주는  진호씨의  노래소리...

어눌한 말투때문에 가사가 불분명했지만 음정 박자가  아주 잘 맞았어요.

 

 

진호씨가  들려준  아침 이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황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천사의 노래가  그럴까요?

 

푸른 하늘...

맑은 바람...

밝은 햇살...

 

발 아래 보이는 모든것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높은 하늘만 보고 있었습니다.

진호씨의 노래에  너무 감동한 모두의 박수 소리가  한참을 끊이지 않았죠.

 

 

그러자 장군이란 별명을 가진  용선씨가  자기도 부르겠답니다.

얼핏 들으면  남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위에~~  그거 같기는 한데...

영... 색다른 가사에  색다른  음정.  하지만 춤 솜씨는 놀라웠어요.

우리가 너무 너무 웃으며 즐거워하니  그저 신이나서  열심히 추더군요.

아름다운 마음.

 

 

용선씨는 내내  제게  자기 애인이 보고싶다고 했습니다.

용선씨는 제 얼굴을 보기만 하면  자기 애인이 보고싶다며 슬픈 눈빛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디 있을까...     용선씨가 보고싶어 하는 애인은 ...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을때..  명철씨랑 몇 시간을 잡고 있었던 제손과

팔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 분께 작은 힘이 되었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었습니다.

 

산을 다녀오는 동안... 전  명철씨에게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어요.

얼마나  알아들으시고  또 얼마나  이해하셨는지  모르지만...

제가 가르치는 꼬마들  얘기... 텔레토비 얘기... 사오정 얘기...

그리고 노래도  불러 주었어요.   

명철씨는 그럴때마다  웃음만  지으시며   가끔..아주 가끔 "엉" 하는 소리를

내시곤 했습니다.

 

 

무사히  신망애집에 도착 해서  긴 하루의 여정을 마감했죠.

 

건장한 체격의 남자분들을 모시고 가는 산행이라...남자 봉사자들이 많이 있었음 하셨는데...아쉽게도  수사님 세분만 남자였어요.

선생님 두분도 여자분.  봉사자 셋도  여자인 까닭에  오히려 우리가 짐이 되진

않았을까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위험한 구간 에선 수사님 세분만  쩔쩔 매셨으니까요.

이 바오로 수사님...김 미카엘 수사님...그리고 황 안드레아 수사님...

살아있는 하느님의 모습이셨습니다.

 

 

세실의 결심 하나.

매일 아침마다 보라매 공원을 세바퀴씩 돈다.

 

한달에 한번  신랑이 허락한  다른 남자(?)와의 데이트를 멋지게 하기위해서

전 열심히  제 건강부터 튼튼히 할것을 ...

두 남자(?) - 우리 신랑과  정 명철씨 께 약속 했습니다.

 

신망애집을 떠날때  창밖에 내내 서있던  내 짝꿍 얼굴...

다음에 만날때 까지  모두가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살아 있는 하느님 16분을 만나고 돌아온 너무 기분좋은 하루였습니다.

                                                  

이만 총총                           

 

지난 6월 첫 산행때의 일을  기억하며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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