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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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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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5-27 ㅣ No.3725

5월 28일 연중 제 8주간 화요일-마르코 10장 28-31절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오바>

 

오늘도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너무 지나친 "오바"를 합니다. 그냥 조용히 좀 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나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복음서 전반에 나타난 베드로의 행적을 종합해보면 베드로는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 연구대상의 인물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나서기 좋아합니다. 성격이 아주 단순하고 직선적입니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해 예수님이나 동료들로부터 집중적인 질타를 많이 듣던 요즘 말로 "왕사오정" 기질이 다분했습니다.

 

지나치게 다혈질적이고 즉흥적이어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불길이 확 타올랐다가 얼마가지 않아 즉시 의기소침해지는 럭비공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이런 베드로가 오늘도 나서서 잘난 척을 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이제 저희에게 돌아올 상급은 무엇입니까"하고 묻습니다.

 

베드로의 이 질문은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이해타산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묵상해보면 베드로는 비록 마음이 늘 행동보다 앞선 사람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열렬히 추종했던 사람, 자신의 존재 전체, 인생 전체를 예수님을 향해 투신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베드로가 때로 중요하고도 절박한 순간 인간적인 나약함으로 예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실수를 범하게도 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인생 전체를 두고 볼 때 그는 끊임없이 세상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선택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깊은 죄의 구렁으로 떨어질 때마다, 그로 인한 처절한 좌절의 순간마다 베드로는 조금씩 자신을 버리고 예수님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베드로의 노력-자아 포기와 예수님 선택-이 있었기에 베드로가 비워낸 그 자리를 주님의 성령께서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힘겨운 일이지만 우리가 포기하면 포기할수록, 비우면 비울수록 그 빈자리를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토록 버리기 힘든 우리 자아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우리는 보다 선명하게 하느님의 자취와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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