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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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속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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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9-04 ㅣ No.4001

9월 4일 연중 제 22주간 수요일-루가 4장 38-44절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

 

 

<맨홀 속 아이들>

 

오늘은 제가 무척 존경하는 선배 신부님, 보다 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의 안정된 기반, 소중한 인연들을 뒤로하고 훌훌 몽골로 떠나신 선교사 신부님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심신은 비록 고달프지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손수 집도 지으시고, 가끔씩 아이들을 위해 팝콘도 튀기시는 신부님, 이 세상 어딜 가도 마땅히 머리 눕힐 곳조차 없어 맨홀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시는 신부님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편지를 통해서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고 선포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선배님의 삶이 오늘 따라 더욱 부럽습니다.

 

"양신부님, 오는 10월 6일 대림동 수도원에서 있을 축제-바자회를 저희 몽골을 돕기 위해 개최한다니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래저래 저를 움직이시고 작용하시는 듯 싶습니다.

 

제가 이곳 길거리 아이들을 위해 몽골에 도착한지 어언 1년, 이제야 하느님께서 저를 이곳에 보내신 뜻을 깨달아 갑니다.

 

짙은 어둠과 습기로 가득 찬 지하에서도 이곳 몽골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촛불을 밝힙니다.

 

저는 지금 당장 맨홀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게르(몽골집)를 뜯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판입니다. 내년 4월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가 봅니다.

 

밤잠도 못 이루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좋은 소식을 보내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래저래 하느님께서는 몽골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아이들과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몽골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 어린 시절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듯 합니다. 어찌 그리도 꼭 60년대 우리들 모습과 비슷한지 모릅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때묻지 않고 살아가는 이곳 몽골의 <맨홀 속 아이들>을 지상으로 끌어 올려 주고 싶습니다. 맨홀에서 건져낸 아이들과 함께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몽골 아이들에 둘러싸여 진지한 모습으로 설탕을 녹여 소다를 살짝 쳐 젓는 모습, 조심스레 철판 위에 붇고 별 모양의 틀을 찍는 선배 신부님의 모습이 얼마나 기뻐 보이던지...

 

진정한 복음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 간직된 복음, 우리끼리만 열심히 읽고 공부하는 복음, 우리 민족만의 복음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복음은 점점 보다 큰 동심원을 그리며 세상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복음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도 지구 반대편, 세상 끝 오지에서 비록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가 뚜렷하지 않지만 꾸준히 복음선포에 매진하는 모든 선교사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첨부파일: SALESIO LEE.jpg(4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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