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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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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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0-26 ㅣ No.4190

10월 27일 연중 제30주간 일요일-마태오 22장 34-40절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고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

 

한 몇 일 출장 같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아이들과 축구시합을 할 때였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왜 한참동안 안보였냐? 도대체 어디 갔다왔냐? 놀러 같이 가기로 해놓고 혼자서만 그렇게 돌아다니기냐?"며 따졌습니다.

 

또 한번은 점심식사 시간 무렵 손님이 와서 아이들과 식사를 못했던 날의 일이었습니다. 간식시간에 만난 한 아이가 "점심식사 때 왜 안 나타났냐? 나이 들수록 식사를 제때 해야된다"는 등의 일장훈시를 제게 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살맛 나는 순간이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런 아이들인지요? 저희 아이들의 모습과 말투, 삶에서 아주 가끔씩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워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너무도 상습적으로 써먹는 단어, 눈만 뜨면 외치는 단어이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단어가 "사랑"이란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유별나거나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란스럽게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바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입니다.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요즘 어떠냐고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하는 일은 잘 되냐고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신경 써주는 것입니다. 도와줄 일은 없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축구시합을 끝내고 씻으러 들어갈 때의 일이었습니다. 응접실에 불이 켜져있길래 들어갔더니 기숙생 친구 한 명과 면회 온 형이 앉아있었습니다. 얼마나 다정해 보이던지요?

 

형은 동생을 위해 없는 용돈을 쪼개 프라이드 치킨이며 피자며 잔뜩 사 가지고 와서 풀어놓았고, 동생은 신이 나서 먹으면서 형과 저보고도 먹으라고 했습니다.

 

두 살 차이인데도 형은 참으로 듬직해 보였습니다. 듣자하니 형은 동생을 만나기 위해 오후 4시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생은 뮤지컬 젠베르데 공연을 보러 가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 8시나 되서야 돌아왔던 것입니다.

 

"한참 기다려야 되는데...어쩌나"하는 사무실 직원의 걱정에도 형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동생 얼굴 한번 본다면 그까짓 몇 시간 기쁘게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 투자는 다름 아닌 상대방을 향한 자기 희생, 상대방을 위한 인내, 상대방을 향한 배려, 상대방을 향한 친절입니다. 이런 사랑의 요소들-희생, 인내, 배려, 친절-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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