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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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두 그릇 수사(修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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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8-18 ㅣ No.5314

8월 19일 연중 제20주간 화요일-마태오 19장 23-30절

 

"첫째였다가 꼴찌가 되고 꼴찌였다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밥 두 그릇 수사(修士)>

 

한 수도원에 밥만 많이 먹던(아무리 아파도,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두 그릇씩, 그것도 고봉으로) 수사가 한 명 있었습니다. 많이 먹다보니 몸도 나게 되었고, 몸이 둔해지다보니 작업시간에 별로 도움도 안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기도시간에 졸기는 또 얼마나 조는지...

 

이를 늘 눈여겨보던 다른 한 수사는 매끼니 꼬박꼬박 밥 두 그릇씩을 게눈 감추듯 하는 그 수사가 무척 못마땅했습니다. 자신은 한번도 밥을 한 그릇 이상 먹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언제나 철저한 극기와 절제의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밥만 축내는 형제가 어찌나 미워 보였던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둘 다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고행에 열심이었던 "밥 한 그릇 수사"는 당연히 천국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천국에 들어가게 된 "밥 한 그릇 수사"는 여유 있게 천국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었습니다.

 

매일 밥만 축내던 그 수사, "지옥 아니면 적어도 연옥쯤 있으려니"했던 그 수사가 자기와 똑같이 천국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밥 한 그릇 수사"는 즉시 베드로 사도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따졌지요. "이거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하느님은 정의의 하느님, 공평하신 하느님이라고 늘 강조하셨는데, 완전히 뻥이었네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베드로 사도가 이렇게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자네, 혹시 단 한번이라도 저 친구 마음 깊숙이 들어가 본적이 있는가? 사실 저 친구, 적당량은 밥 두 그릇이 아니라 세 그릇이었다네. 원래 세 그릇을 먹어야 했었는데, 저 친구 그걸 참느라고 한평생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네는 모를걸세. 그렇다면 결과는 당연히 천국이지."

 

우스개 소리 같지만 하느님의 시각과 인간의 관점, 하느님의 사고방식과 인간의 사고방식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잘 설명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상상이나 인간적인 사고구조를 완전히 초월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뵙게 되는 날,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에서 펼쳐질 상황은 너무도 뜻밖의 것이어서 기절초풍할 정도일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인간적인 계산방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인간의 사고구조를 훨씬 능가하는 특별한 나라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강조하십니다. "첫째였다가 꼴찌가 되고 꼴찌였다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말 가슴 철렁한 말씀입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사는 사람들, 교회 가까이 사는 사람들, 저희 같은 수도자들 성직자들, 봉헌생활자들, 봉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섬뜩한 말씀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사제나 수도자들이라고 해서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이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겉이 그럴 듯 해 보이는 사람들, 말 잘하는 사람들, 교회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주어지는 선물 역시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겉은 비참해 보이지만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 평생 가난과 병고, 갖은 장애로 시달리던 사람들, 철저한 소외와 좌절 속에서 끝없는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은 이 세상에서부터 이미 십자가의 길을 충분히 소화해낸 사람들이며, 끝까지 견딘 사람들이니 하느님 나라 예약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그러니 지금 말못할 만큼 큰 슬픔이나 뼛속까지 사무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기뻐하십시오. 하느님 나라가 멀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실 그 영원한 안식과 다정한 위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요즘 자주 빼먹어서 죄송합니다. 한 몇 일 더 빼먹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수도회 국제회의 참석 차 호주엘 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건강히 잘 보내시고 주님 안에 늘 행복하십시오. 9월초에나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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