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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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가능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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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1-18 ㅣ No.4275

11월 19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루가 19장 1-10절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구원 가능성 0%>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는 아주 특별한 인물이었습니다. 세관장이란 직책까지 올라간 것을 봐서 자캐오는 노력형, 근면성실형, 자수성가형 인물이자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돈이 돈을 모은다고 동족들로부터 긁어 모든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늘 자캐오를 괴롭히던 딱지가 있었는데, "더러운 로마 앞잡이", "매국노", "철면피", "냉혈인간"과도 같은 수식어였습니다. 자캐오는 공공의 적이었기에 만나는 누구나 그를 미워하고 저주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캐오는 적개심에 불타올랐습니다. 복수할 길은 오직 돈을 모으는 길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자캐오에게 돈이 곧 구원이자 하느님이었습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습니다.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에 관한 소문이 전해집니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수란 인물이 대화의 단골주제였습니다. 자캐오 역시 그가 누구인지 한번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캐오에게는 한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숏다리이자 "공공의 적"으로 찍힌 인물이었기에 심각할 정도의 광장 공포증,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중들 앞에 나가기는 싫고 예수님을 뵙고는 싶고 갈등을 거듭하던 자캐오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참으로 기발한 것이었습니다. 길가에 서 있던 무화과나무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볼까봐 나무 가지 사이로 몸을 숨겼습니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공직의 우두머리가 다른 사람 눈에 띌까봐 몰래 조심조심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습니다. 참으로 큰 스캔들이었습니다. 웃음거리였습니다.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그 모든 창피함, 어색함, 난처함을 견뎌냅니다. 오직 예수님을 뵙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이제 자캐오에게 예수님은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볼까"의 대상이 아니라 "내 이 두 눈으로 꼭 뵙고야 말겠다"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자캐오의 열정 앞에 예수님께서도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고 선포하십니다. 사람들은 자캐오의 구원 가능성을 0%로 보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자캐오가 이미 구원받았다고 선포하고 계십니다. 구원은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가난한 과부의 푼돈마저 싸그리 긁어가던 수전노이자 갖은 비리와 불의의 중심인물 자캐오가 구원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위안을 줍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자캐오같은 사람까지도 구원하시는 관대한 하느님이십니다. 자캐오의 구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구원은 거의 확정적입니다. 단 자캐오처럼 회개와 새생활을 시작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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